#방산시장 #방산동 #방산분식 "감동을 주는 음식이 있는 곳" #2800원 2021년 현재 2800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요즘 편의점에서 봉지라면을 사도 1500원 정도 하기 때문에 2800원으로 따끈한 밥 한끼 먹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본인이 대학을 다니던 90년대에 학식이 1500원이였기 때문에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시세로는 4-5000원 정도는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방산분식 일하는 업종이 다르다보니 인테리어, 패키지 전문 시장인 방산시장에 갈 일은 거의 없다. 대신 얼마 전 저녁을 먹으러 방산시장의 <개미집>에 들린 적이 있는데 어둠이 내린 시장의 적막함이 느껴졌고 스산함도 느껴지는 분위기였다. 개미집 바로 옆에 위치한 <방산분식>은 시장 상인들은 모르는 분이 없는 시장의 산증인 같은 존재다. 부담스럽지 않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면봐 밥을 고작 3-4천원대에 제공을 할 뿐만 아니라 양도 꽤 혜자스럽니다. 이번엔 점심으로 방문을 한 터여서 방산시장의 시끌벅적함이 고스란히 느껴졌는데, 식당도 손님들로 그득하고 정신없이 바쁜 것을 보니 코로나 시국에도 사람 사는 모습이 보이는 삶의 현장 같았다. #메뉴 2800원 짜장 3000원 간짜장, 우동, 짬뽕, 울면, 볶음국수 4000원 짜장밥, 짬뽕밥, 육개장, 잡채밥, 볶음밥, 계란덮밥, 고기덮밥, 간짜장밥 복잡해 보이지만 공통점이 느껴진다. 몇 가지 기본 재료와 웍만 있다면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식사류다 다양함 속에 재료의 공통사용을 최대화한 스마트한 메뉴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곳에 짜장면이 궁금해 왔지만 킬러 아이템이 <계란덮밥>이라 두 가지를 모두 주문하는 사치를 부려보았다. <그래봤자 6,800원이다> #기본을지키는곳 밥을 주문했더니 계란국을 주셨다. 연한 닭육수 맛인데 슴슴한게 나쁘지 않다. 이 국물로 울면, 우동, 짬뽕을 모두 만드시나보다. 짬뽕이 오가는 것을 보니 많은 동네 중국집에서 쓰는 방법인 묵은 <맛국물>로 조리하는 방법이 아닌 바로 볶아 만드는 방법이다. 기본을 지켜 제대로 만든다는 뜻이다. 채썬 양배추와 양파를 기본으로 대왕오징어가 아닌 선동오징어를 이용해 신선하게 만들어 낸다. 고작 3000원에... 이 모습만 보아도 이집이 가격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해도 주어진 재료 안에서 기본을 잘 지키는 음식은 <장인>이 하는 방식이다. 효율과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흔히 볼 수 없는 진솔한 음식이 아닐 수 없다. #계란덮밥 오므라이스인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메뉴인데 받아들면 완전히 깜짝 놀라는 메뉴다. 밥 위에 빨갛게 볶은 채소가 올려져 있고 그 위에 부슬부슬 익은 계란이 올려져 있다. 군침도는 비주얼이다. 양배추와 양파 당근으로만 볶은 채소는 붉은 양념과 고추기름으로 볶아낸 것 같다. 매콤하면서 감칠맛이 나고 향긋하게 참기름 냄새도 좋다. 바로 볶아 아삭함이 살아 있는데 밥과 함께 먹으면 간이 딱 맞고 완벽한 미디엄으로 조리된 큼지막한 계란지단이 전체적으로 맛과 식감을 부드럽게 감싼다. 기가막힌 덮밥이다. 다른 분이 드시는 잡채밥을 보니 같은 비주얼에 계란 대신 당면을 넣은 것 같고, 고기덮밥은 계란 대신 고기가 들어갈 듯 하다. 볶음국수는 밥 대신 면을 넣고 볶아내지 않을까 싶다. 같은 재료로 다양한 메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스마트함이 보인다. 빨간 소스를 넣지 않으면 볶음밥이 되겠다 ㅎㅎ #짜장면 짜장면은 좀 아쉽지만 2800원이면 불만은 없다. 춘장의 사용이 좀 모자라 춘장의 구수함이 모자라고 싱겁다. 대신 짜장면에 들어가야하는 재료는 다 들어갔다. 심지어 돼지고기까지... 여기에 식초 조금과 고추가루를 넣으면 맛이 선명해지지 담박에 5000원 수준의 짜장면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한개의화구 이집은 정말 작은 집이다. 밀려드는 손님을 단 하나의 화구로 받아낸다. 웍 몇 개를 돌려가면서 쓰시는 노인 사장님의 조리솜씨가 감탄을 자아낸다. 쉴새없이 들어오는 주문을, 포스기나 주문지 없이도 척척 해내는 뒷모습은 실로 감동스럽다. 사실 주방이 그리 깨끗해 보이지는 않지만 이런 모습이 시장의 모습이 아닐까? 대한민국의 치열한 삶의 현장의 한 가운데에서 6800원의 호사를 누린 내가 부끄럽기까지 한 방문이였다. <미식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삶을 위한 음식을 먹었다> PS: 오랜만에 번호로 구분된 단락이 아닌 제목으로 구분된 단락으로 글을 썼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본인이 정말 감동을 받은 곳의 리뷰를 쓰는 방식이다. 이집이 그렇다. PS2: 이집은 방산시장이 없어질 때까지... 아니지... 서울이 존재하는 한 장사 잘 되는 집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방산분식
서울 중구 을지로35길 50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