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동 #라멘쨩 "이래야 진짜 라멘집이지" 1. 우리나라 라멘야가 수준이 많이 올라갔는데, 본인은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야키교자와 챠항의 부재. 라멘에 집중을 하기 때문에 라멘의 수준은 많이 올라갔으나, 기본적으로 중식이 오리진인 라멘야에서 챠항과 교자는 일본 라멘야에서는 필수요소라고 할 수 있다. 2. 본인이 젊은 시절에 잠시 일본에서 유학을 했는데, 가난한 청춘이다보니 스시나 카이세키, 샤브샤브, 테판야키 같은 고급 요리들은 엄두도 못내고 주로 동네 쥬카쇼쿠도의 덮밥, 역의 다찌구이 소바와 우동, 동네 라멘집의 라멘과 챠항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돈코츠라멘과 챠항 또는 교자를 세트로 주문하고 만화책 보면서 (90년대 일본 라멘야에는 만화책을 구비해 두는 곳이 많았음 ㅎㅎ) 식사하는 추억은 아직도 본인에게는 즐거운 일본의 기억으로 아련하다. 3. 본인이 일본라멘이 관심을 가진 것은 물론 일본에서 보내던 시절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본 라멘의 향수를 달래주던 <라면짱>이라는 만화가 한몫 거든다. 지금은 내용도 거의 잊혀졌는데, 망나니 같은 주인공이 라멘 수업을 떠나면서 전국 라멘 고수들의 라멘을 맛보고 대결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로 기억한다. 먹을 수는 없지만 그림과 글로 표현되는 라멘의 맛을 상상하며 즐거워 했었다. 4. 잠실 장미상가의 <라멘쨩>은 이런 나의 향수를 제대로 자극한 집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돈코츠라멘 중에서 가장 농후한 수프를 만드신다니 지금은 사라진 <길라멘>이나 <고라멘>의 농후함과 메니악함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5. 가게 근처에 가면 돈사골과 끓이는 꾸릿한 냄새가 풍기면서 가게가 근처에 있음을 알려준다. 라멘은 돈코츠 한 가지인데 다행히 수프의 진하기와 면의 삶기 정도를 지정할 수 있다. 당연히 진하게와 가타로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사이드 챠항도 함께 6. 라멘을 만들어 주시고 맹렬하게 웍질을 하시는 모습에서 진짜 일본라멘야가 떠오른다. 라멘의 비주얼도 굉장히 심플한데, 파, 키쿠라게 (목이버섯), 아지타마, 삽겹챠수, 김이 토핑의 전부다. 황토색의 수프는 점도와 색감에서 농후함이 느껴진다. 물론 꼬릿한 향과 함께. 7. 수프는 보이는 것 보다 대단히 진하거나 꾸릿한 메니악함은 없다. 점도가 어느 정도 있으나 타레의 맛으로 중화가 되었고, 육분의 까끌함이 느껴지는 것이 예전 고라멘이나 길라멘의 메끄러운 수프의 감촉은 아니다. 맛은 있고 점도도 좋으나 세아브라의 추가 사용도 없으니 돈코츠 최상위 고수들을 위한 라멘 스타일은 아니고 중급 정도의 돈코츠라고 할 수 있겠다. 8. 면빨은 가타임에도 처음에 가타 보다는 후츠 쪽에 가깝기 때문에 마지막엔 좀 퍼지는 느낌이 있어 다음 방문 때는 바리가타로 부탁드려보려고 한다. 9. 아지타마는 맛이 연하다. 수프의 진하기에 비하면 너무 연하기 때문에 조금 더 강하게 저리면 좋을 듯 하다. 목이버섯은 맛있고 챠슈는 더맛있다. 삼겹로스트 챠슈를 종이장처럼 아주 얇게 썰어 내셨는데, 농후한 돈코츠에는 이렇게 얇은 고기를 선호하는 본인에게는 제대로 취향저격이였다. 10. 이집 라멘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초생강인 베니쇼가와 매운 갓절임인 카라시타카나를 잘 이용해보자 신선하고 단맛을 주려면 베니쇼가를 넣고, 매운 감칠맛을 추가하려면 타카나를 넣어보자. 둘 다 넣어도 맛있는데, 돈코츠에 액센트를 주니 후추나 마늘 보다는 이 두 가지가 나을 듯하다. 11. 고대하던 챠항이 정말 제대로 맛있다. 계란, 파, 돼지고기만으로 간단히, 그러나 강렬하게 볶아냈는데, 기름의 양도 적절하고 꼬들하게 볶아진 밥의 알갱이들이 고슬거리는 느낌이 너무 좋다. 게다가 일본 라멘집의 챠항과 식감과 맛이 비슷해서 라멘 보다도 챠항을 더 맛있게 먹었다. 12. 분명 호불호가 있을 라멘스타일이지만 이런 농후 스타일의 돈코츠를 유지하고 있는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 라멘마니아인 본인에게는 행복하다. 이제 왠지 뒷방 늙은이 신세 같이 되버린 돈코츠라멘의 명맥과 스타일을 유지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한 기분도 든다. 게다가 이렇게 맛있는 챠항도 함께 주시니 더더욱 고맙다 ㅎㅎ #동네식당응원프로젝트 #먹어서응원
라멘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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