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 시골 화상 노포 중식당의 명품 짜장면 1. 이 식당을 처음 방문한 것이 2014년경이다. 당시 이 식당이 자리한 문경의 신기동이라는 마을은 변변한 편의점 하나 없는 시골 동네로 이차선 도로 한켠에는 각종 농작물을 말리고 양지 바른 곳에는 길고양이가 기지개를 켜고 있었는데 길이 새로 닦이면서 동네가 커졌는지 제법 훤칠해진 모습이다. 2. 전국 팔도로 여행다니며 식도락을 즐기는 나로서는 같은 식당을 두번 방문하기보다는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는 편인데, 이 집만큼은 당시 짜장면과 탕수육이 워낙 인상적이었고 화상 노부부의 건강이 허락치 않으면 업이 끊길 식당이기에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재방문하였다. 3. 이제는 노포 중식당에서나 볼 수 있는 세로 글씨 메뉴판, 외식 산업의 붐이 일며 9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공장제 옥색 테이블, 첫방문 당시보다 더 빛이 바랜 붉은 색 간판 등이 여전히 <멈춰버린 시간> 안에 정겹게 담겨 있다. 4. 주문한 메뉴는 찹쌀탕수육과 <간짜장>이다. 주방장 할아버지께선 예전에 비해 기력이 딸리시긴 해도 아직은 정정하신 편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중식은 불을 상대로 무거운 웤을 다루는 분야라 노주방장의 손은 기나긴 세월을 감내하며 얻은 훈장처럼 곳곳이 화상이요, 관절은 고장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중식당 창업주들은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후대에게 식당을 물려주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5. 전분과 찹쌀 가루로 바삭하게 튀겨낸 탕수육은 여전했다. 흰설탕으로 졸여 만든 클래식 버전 소스에 오이와 당근, 배추를 열감으로 익혀 얹은 탕수육은 확실히 여타 중식당에서는 만나기 힘든 레서피라 할 수 있다. 튀김옷이 얇고 고기와의 흡착도가 좋으며 바삭한 식감으로 튀겨낸 것은 장점이지만 고기의 두께가 조금 아쉽긴 하다. 6. 짜장면은 <명품>이다. 배달을 겸하지 않기에 일체의 첨가제가 들어가지 않아 면발이 부드럽고 하얗다. 거기에 쥬키니 호박과 양파 등을 작게 썰어내어 볶아낸 춘장은 시중에 널리 풀린 단맛 공장제품과 확연히 다른 맛을 낸다. 다른 제품을 사용하시는지, 직접 춘장을 담그시는지는 확인하지 못 했지만 단맛은 배제되고, 시큼하면서도 짠맛이 툭 치고 올라오는 짜장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춘장을 각종 재료와 기름에 볶아내는 것이 짜장인데, 이 집의 짜장에선 기름짐은 찾아볼 수 없고 <딱 떨어지는>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한참을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지만 <딱 떨어진다>라는 그 이상의 문장은 떠오르지 않았다.
동성반점
경북 문경시 신기3길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