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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2년

#을지로4가 #보건옥 #서울식불고기 * 한줄평 : Since 1980, 보건옥에서.. 두유 노우 불고기? 1. 한국 전통 소스인 간장을 베이스로 하면서 호불호 없는 달달한 맛을 지녔기에 한식 문화 선봉장으로 자리잡은 불고기가 의외로 <분식집 돈까스에 밀려나버린 경양식 돈까스>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1980년대말 가든 식당의 등장과 더불어 황금기를 맞이했으나 축산업의 발달로 원육이 급격히 좋아지며 현재 우리 식탁 위 고기문화는 <로스구이>가 지배하게 되었다. 2.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대중적으로 소비되었어야 할 불고기>의 적은 불고기이다. 주적은 과도한 감칠맛의 분식집 뚝배기 불고기(대략 6~7천원)와 일상식으로 먹기엔 과도한 금액의 냉면집 불고기(대략 3만원 안팎)이다. 너무 싼 맛이거나 과도한 비용이거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에서 ‘불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한일관을 제외하고는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3. 특히나 우리에게 익숙한 국물이 자작하여 당면과 각종 야채가 들어간 불고기는 <서울식>인데 석쇠에 바싹 구워내는 <언양식> 불고기와 ‘같은 길 다른 끝’에 서 있다. 4. 재미있는 것은 서울식이라 통칭하는 조리 방식에도 오목한 판에 끓여내는 <전골> 방식과 고기를 구워내는 중앙은 솟아있고 가장자리에는 당면과 양념국물을 넣고 조릴 수 있는 <옛날 원형판 하이브리드 방식> 2가지로 구분된다. 5. 어쨌거나 간장 양념 베이스의 불고기 원형은 석쇠 직화 방식이고, <서울식 육수 불고기>는 한국 전쟁 이후 등장하여 의외로 역사가 길지 않다. 석쇠 불고기는 질 좋은 등급의 부위를 사용해야 했던 반면 물자가 여러모로 부족했던 전후 육수 불고기는 비교적 열위 등급 소고기로도 양념 육수를 통해 맛을 극복할 수 있었고 또한 당면과 채소 등으로 양을 불리는 한국식 탕반 문화의 지혜가 들어있다. 6. 을지로 우래옥 주변 좁은 골목에 자리잡은 <보건옥>은 서울식 불고기를 맛볼 수 있는 몇 안 남은 전문식당이자 전골판과 하이브리드판 2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40여년 업력의 노포이다. 7. 우선 이 집에서 주문한 것은 육사시미이다. 항상 가능한 메뉴는 아닌지 벽면에 <금일 육사시미 있음>이라는 문구가 재미있다. 주문과 동시에 정육고에서 고기를 꺼내 바로 칼질을 해주시는데 고기가 신선해서 그런지 대구의 뭉티기살처럼 접기를 엎어도 고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8. 다음으로 주문한 등심도 재미있다. 일본에서 들어온 등심 로스구이처럼 생고기로 받던지, 간장 다진마늘 참기름 등으로 양념한 주물럭으로 받던지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이 날 모임 목적 자체가 <옛 방식의 소고기 구이 문화 체험>이었기 때문에 1950년대 후반 마포에서 시작했다는 <주물럭>으로 받았다. 지금이야 주물럭이라는 개념이 소고기에서 돼지고기로까지, 최소한의 양념에서 고추장 빨간 양념까지 확대되었다지만 이 집의 주물럭은 내 어릴 적 먹던 그 방식 그대로, 식감 역시 요즘 트렌드로 자리잡은 육즙 가득 부드러움의 극치가 아닌 고기라는 본연의 존재를 드러내는 맛이다. 우리는 당일 이를 <소주를 부르는 고기맛>이라고 표현하였다. 9. 더욱 재미있는 것은 추가로 주문한 불고기이다. 당연히 <옛날 불판>으로 달라 하였는데 간장을 베이스로 했으되 설탕의 사용은 최소화하였고, 육수는 사골과 양지로 우려낸 뽀얀 곰탕 국물이다. 곰탕 국물에는 통상 당면을 사용하지 않기에 주인장께 혹시 소면이 있나 여쭤봤더니 추가로 사리 추가가 가능하다 하신다. 불고기 전골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이유도, 대중의 관심이 줄어든 이유도 너무 뻔한 맛과 자극적인 양념때문인데 이 집의 불고기는 그 2가지가 모두 배제되었다. * 본 글의 전문은 https://brunch.co.kr/@ochan/62 을 통해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습니다.

보건옥

서울 중구 창경궁로8길 1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