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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1년

#마포 #은화장 #짜춘결 * 한줄평 : 마포역 인근 삼창아케이드의 중식 가정식 노포 • 자장면 표기와 수제 만두로 추측해본 식당의 업력 • 화상 노포의 자존심, 진귀한 요리 퍼레이드 • 과식해도 더부룩하지 않은 중식 가정식 조리 식당 1. 건물 지하에 자리잡은 업장은 건물 입주자라는 고정 고객의 확보라는 장점과 유동 인구 대상 영업에 취약하다라는 단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아무래도 지하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겹쳐지다 보니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는 어렵고 준수한 물건을 팔기엔 알아주는 이가 없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상이다. 2. 그렇게 약간의 우려를 안고 어느 비오는 날 망플 아재클럽이 마포역 인근 삼창아케이드 지하에 소재한 <은하장>이라는 중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 3. 업장에 들어서니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메뉴판이다. 통상 오피스타운의 식당은 재료의 수급과 테이블 회전수를 늘리기 위해 메뉴를 간편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인데, 지하 아케이드 소규모 중식당에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중식당에서도 보기 힘든 전가복, 해삼탕, 해삼전복, 송이해삼, 팔보채, 소뎀뿌라 등의 요리 메뉴가 잔뜩 포진되어 있다. 4. 메뉴에서도 재미있는 부분을 발견했는데 지금은 사어가 되어버린 표준어 <자장면>으로 표기되어 있다. 지금이야 짜장면과 자장면이 모두 복수 표준어이지만, 1980년대 중후반 문교부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로지 <자장면>만이 표준어라고 정했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 집의 업력은 혹은 주방장의 경력은 1980년대 중후반으로부터 1990년대 초반 즈음해서 시작하여 30여년 노포로 봐야 한다는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하다. 5. 한국인 주방장이 운영하는 중식당과 달리 화상 노포의 자존심은 차별성이다. 이 땅에선 비록 외부인이지만, 중식만큼은 대륙에 뿌리를 둔 정통성이라는 측면이 다소 있는데, 이런 자존심 강한 노포는 <만두>를 수제로 직접 만들 공산이 크다. 6. 실제 요리를 먹기 전 식당의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주문한 만두는 분명 시판 제품과는 다른 부추가 잔뜩 들어간 수제품이다. 재미있는 것은 중식 만두임에도 불구하고 대구 지역의 명물인 <잎새만두> 형태를 띠고 있는데, 이는 만두를 직접 만들기 시작한 것이 십여년 안이라고 추측을 했다. 7. 실제 홀을 담당하는 사모님께 여쭤보니 식당의 업력은 30여년이 맞고, 만두는 토요일 일찍 장사를 마치고 직접 수제로 만들고 있지만 불과 3년 되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만두소만 직접 만들어 공장에 줘서 완성품을 받았다고.. 8. 주문 음식은 자춘결, 해삼삼겹살찜, 새우튀김, 양장피, 난자완스, 자장면과 은하특밥, 군만두이다. 조미료 사용량이 가장 많은 장르가 바로 중식인데, 의외로 이 집의 음식은 식당밥스럽지 않고 순하고 편하게 조리되어 있다. 9. 이 집의 요리 수준은 <해삼삼겹살찜>에서 드러난다. 삼겹살찜은 자칫 오래 조리하면 물러터져 바스라지기 십상인데 그 정도가 매우 적절하여 부드러운 고기의 식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10. 이 집 요리의 특징이 <가정식>이라는 부분은 난자완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난자완스는 고기완자를 소량의 기름에 튀겨내듯 부치는 <젠사오>라는 기법을 활용한 요리이다. 그래서 난자완스의 묘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푸들푸들 육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집은 아주 부드럽게 부쳐냈다. 그러나 잘못된 조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입 안에서 자연스레 부스러지도록 만들어낸 특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준수했다. 11. 당일 주문한 요리의 화룡점정은 <자춘결>이다. 자춘결은 버섯과 새우, 돼지고기, 죽순과 각종 야채, 해삼 등의 재료를 슬로 길게 썰어 계란 지단으로 감싼 후 기름에 튀겨낸 음식이다. 조리의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미리 손봐야 할 재료가 적지 않고 조리 과정이 복잡하여 요즘 중국집 메뉴판에서 쉬 볼 수 없는 음식이다. 실제 은하장 메뉴판에도 기재되어 있지 않았고 미리 예약시 선주문한 음식이다. 12. 음식 자체가 순해서 맛이 강하질 않다보니 호와 불호 요인 2가지 모두 품고 있는 식당이다. 더군다나 노포 화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주방장 노포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참기름의 사용이 과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색채가 뚜렷한 중식당이라는 점에서, 한 곳에서 묵묵히 30여년 세월을 버틴 노포를 응원하는 차원에서, 나와는 음식 궁합이 매우 맞았기에 이야기꺼리 많은 이 중식당을 추천한다. instagram : moya95

은하장

서울 마포구 마포대로 63-8 삼창프라자빌딩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