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이모집 #바싹불고기 * 한줄평 : 그 옛날의 인사동을 추억하며.. 1. 인사동은 조선시대 그림 그리는 일을 관장하던 <도화서>라는 관청이 있었던 곳이기에 자연스레 미술품과 고서적 등이 유통되었고, 글과 그림을 그리기 위한 문방사우를 취급하는 필방이 성행한 곳이다. 가난했던 양반들이 생계를 위해 고서를 팔던 장터이자, 조선 왕조가 몰락하며 북촌에 거주하던 양반들의 고가구가 인사동으로 흘러나오며 골동품 거래도 활발했다고 한다. 2. 역사가 그러하다보니 인사동은 본래 문인과 예술가의 사랑을 받던 곳으로 이들의 풍류와 입맛을 만족시켜주던 좋은 식당들이 즐비했던 동네이다. 대학생 시절 한창 이 곳을 즐겨찾던 90년대 중반만 해도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라는 시구절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의 미망인께서 운영하셨던 <귀천>이라는 카페가 있는 동네였으며 골목골목 숨어있는 식당은 예술인과 문인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격한 담론이 끊이지 않았더랬다. 3. 이 당시만 해도 아직은 인사동이 인사동스러웠던 시기라 간판 상호조차도 ‘머시 꺽정인가’ ‘깔아놓은 멍석 놀고간들 어떠하리’ ‘모깃불에 달 끄스릴라’ ‘오, 자네 왔는가’ 등 정겨운 작명이 넘쳐났었다. 4. 그러나 굉장히 아이러니하게도 인사동이 오히려 <전통과 문화의 거리>로 인기를 끌자 넘쳐 흐르던 글과 그림, 예술인과 문인은 사라지고 대신 중국산 기념품, 용수염 엿타래, 외국인 관광객이 이 거리의 주인이 되었다. 그마저도 코로나로 인사동은 황폐화되었지만.. 5. 식당 리뷰에 앞서 장황하게 인사동의 과거를 늘어놓는 것은 이 식당이 ‘과거의 인사동을 기억’할만한 요소가 묻어있는 곳이라서이다. 6. 인사동 샛길 안쪽 한식당 거리에 자리잡은 <사천 이모집>은 중정을 가진 한옥을 개조한 공간이다. 옛날 여관을 개조한 것인지, 어느 정도 규모있는 한옥을 개조한 것인지 식사 공간이 방으로 구분되어 있어 왁자지껄한 이야기꽃을 피워내도 다른 객의 눈치를 볼 일이 없다. 7. 오롯이 식사보다는 <식사를 겸한 술자리>에 최적화된 업장이라 바싹불고기, 낙지볶음, 북어구이와 가자미회 등 다소 양념이 강한 메인 메뉴와 다소 슴슴한 반찬으로 이루어진 궁합이 꽤 술을 들이키게 한다. 8. 이런 한식집의 수준을 가늠하게 하는 것은 의외로 메인메뉴가 아니라 <반찬>이다. 사라다, 청포묵 무침, 콩나물 무침과 감자채볶음 등 특별한 찬은 아니었지만 몇번을 리필해먹었을 정도로 내공이 가득한 솜씨였다. 9. 인사동 나들이시 한상차림 한정식은 가격이 부담되고, 퓨전화된 한식은 너무 경쾌하다 생각하는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집이다.
이모집
서울 종로구 인사동14길 5-3 1층
석슐랭 @kims8292
인사동 웬만한 찜해둔곳들은 다가봤고, 신규 맛집을 찾던 중 여기가 뽈레 후기가 없어서 아직 물망에 못올렸었는데, 슴슴하고 내공 가득한 솜씨의 반찬이 궁금하군요!
권오찬 @moya95
@kims8292 요즘 젊은 세대들보다는 종로 인근에서 오래 근무한 부장님들의 애정 술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