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양평 #홍춘관 #유산슬 * 한줄평 : 80여년 업력의 양평 노포 중국집 1. 1940년대 양평에 자리잡고 3대째 80여년 동안 내려오는 화상 중국집이다. 지금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창업주의 손녀로 이어받으신지 20여년이 훌쩍 넘으셨다고 한다. 2014년부터 연달아 블루리본을 받은 식당이니 오래되기만 한 곳이 아니라 맛도 보장되는 식당이다. 2. 개항장인 인천 차이나타운도 아니고, 1940년대 도로 사정도 좋지 않았을터인데 내륙 깊숙히 경기도 양평에 대만 화교가 자리 잡으신 연유가 자못 궁금하다. 3. 한국 중화요리의 역사를 추적하다보면 다음과 같은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 1단계 임오군란을 기점으로 청나라 군대와 상인들이 조선에 장기 체류하며 유입된 도입기의 중국 음식은 <중국인이 만들고, 중국인에 의해 소비>되었다고 할 수 있다. * 2단계 해방 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로 국내 정세가 몹시 긴박하게 돌아가며 국내 유입된 화교들이 생계 수단으로 중국 음식점을 개업했던 시기이다.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며 도시 인구가 급증했던 시대로 이때부터 중국음식은 <중국인이 만들고 한국인이 소비>했다고 볼 수 있다. * 3단계 1970년대부터 1992년 한중 수교무렵까지의 시대인데,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 대회를 거치며 당대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짜장면의 아성이 세계인의 축제를 거치며 서양 음식에 의해 위협받던 시대이다. 한중 수교가 단절되었던 기간이다보니 많은 화교가 한국을 떠나며 <중국 음식 레서피가 한국화>되었다. 팔각, 정향, 육계 등 중국 정통 향신료 대신 한국의 고추가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요리에 굴소스와 녹말물이 들어가게 된 것도 이즈음부터이다. * 4단계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현재까지인데, 산동화교가 이끌었던 한국의 중식이 사천과 광동으로 스펙트럼이 넓어진데다 중국의 고급 요리 인력이 다시 유입되며 대중화되었던 중국 음식의 고급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4. <추가잡설>이 본문에 끼어들며 리뷰가 길어지긴 했지만, 이 식당은 중국 음식 1단계, 도입기에 개업했던 정통 중화요리집이다보니 메뉴판에 어린 시절 봤던 <재료별> 요리가 나열되어 있다. 이른바 돼지고기류에는 탕수육, 난자완스 등이 있고 혼합재료편에는 유산슬과 잡탕이라는 메뉴가 있다. 중국음식점을 좀 다녀봤다는 분들과 식당을 다녀보면 요리 주문시 메인 재료별로 주문하는 것을 볼 수 있다. 5. 주문 음식은 혼합재료로 만든 유산슬, 돼지고기 탕수육, 해물간짜장, 해물짬뽕이다. 접시 사이즈가 가격 대비 크지 않아 업력만큼 비싼 곳인가 했는데 깊이가 깊다보니 양이 꽤나 많다. 의외로 정말 괜찮았던 것은 유산슬로 해삼과 새우, 죽순 등 각 재료의 식감과 맛이 살아있다. 간짜장은 양파가 흐물해지기 직전까지 타이밍을 딱 맞춰 볶아내어 내공을 짐작케 한다. 이 동네 주민들께 인기있는 음식은 해물짬뽕인지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모두 이걸 드시고 계신다. 탕수육은 튀김 기름을 조금 더 뺐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평타 이상이다. 6. 참고로 중식 고수들이 꼽는 이 식당의 히든 메뉴는 <잡탕밥>이다. * 주석 : 한국사와 연관하여 중국음식을 4단계로 구분한 것은 양세욱 선생님의 <짜장면뎐>을 참고
홍춘관
경기 양평군 양평읍 한빛길 4
맛집개척자 @hjhrock
짜장면뎐이란 책이 있는것도 신기하네요..한단계 더 넣으면 2차 국공내전이후의 시기도 추가할수 있을거 같네요..ㅎㅎ
권오찬 @moya95
@hjhrock 저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 저자 사인한 책을 받았는데, 어찌보면 제가 중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