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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11개월

#삼척 #세모레스토랑 #세모정식 * 한줄평 : 삼척의 30년 넘은 진짜배기 경양식 레스토랑 1. 복고에 대한 갈망은 <옛것의 소중함>을 복기하는 계기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뉴트로’라는 미명 아래 복원이 아닌 <흉내내기>라는 다소 아쉬운 껍데기들을 양산하였다. 2. 서양 신식 문물에 대한 열망으로 80년대 대유행했던 정통 경양식 레스토랑의 돈까스는 캘리포니안 레스토랑의 스테이크에 밀려 자취를 감추었다가 최근 들어 꾸준한 수요와 높은 회전율, 기복없는 재료 원가 등의 요인으로 다시 요식업의 인기 업종으로 상승 중이다. 3. 개인적으로 기사식당의 경양식 돈까스는 나름대로 당시 대중의 요구와 시대적 상황에 맞춰 진화한 음식이라 나름 의미가 있다지만, 뉴트로 열풍으로 되살아난 경양식 돈까스는 아직 음식에 담긴 <소울> 혹은 <아우라>가 없다. 단지 한끼니의 음식일 뿐.. 4. 그런 점에서 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40대 중반 이상의 중년에게 오랜 업력의 노포 경양식 레스토랑이 주는 매력은 글로 표현이 아니될만큼 대단하다. 이번 방문한 삼척의 <세모경양식>은 1991년 개업하여 올해로 31년째를 맞이한 노포 경양식당이다. 5. 삼척시 남양동 중앙로 사거리 모퉁이 제법 건평이 큰 건물 2층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는 이 공간은 무조건 크고 실한 것을 추구했던 양적 팽창시대인 80-90년대 인테리어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정통 경양식 레스토랑하면 떠오르는 기억 속 이미지는 <몇장 되지도 않건만 쓸데없이 두터운 메뉴판>과 식사 의자로 사용하기엔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 <크고 푹신한 쇼파>, 밥과 샐러드와 메인 디쉬를 따로 놓아야 했으니 <큰 면적의 ‘테이블>이다. 당시 인기가 어마어마해서 단체 손님이 와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을테니 지금은 다소 휑한 쓸쓸함은 오히려 과거 화려했던 전성기를 떠오르게 한다. 6. 주문한 음식은 ‘당연히’ 경양식당의 종합세트인 <세모 정식>이다. 대부분 경양식당의 정식 메인 디쉬는 <돈까스 + 함박스테이크 + 생선까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집은 특이하게 <햄스테이크>가 포함되어 있다. 햄스테이크라고 해봐야 특별한 조리를 한 음식이 아니고 구운 스모크햄에 소스를 더한 것 뿐이다. 여기에 재미있는 시대 코드가 숨어있으니 바로 부산 향토음식인 고등어구이를 <고갈비>로 격상시켜 부르듯 햄구이도 <햄스테이크>로 높여불렀던 ‘없어도 있어보이길 원했던 시대상’이다. 7. 시제품이 아닌 직접 만든 수제 스프가 나오고, 정식 메인 디쉬와 접시밥이 제공된다. 시골 인심을 반영하듯 조리 음식 외 샐러드 종류가 굉장히 다채로운데 옥수수와 베이크드 빈, 사선으로 썬 오양맛살, 사과와 당근 슬라이스, 마카로니와 스파게티가 제공된다. 8. 나폴리탄은 아니지만 스파게티와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등이 한 접시에 제공되니 얼마전 경험한 서울 남대문 <회현카페>의 두근두근 스테미나 정식이 연상된다. 9. 주인장께서 일본 나가사키 음식인 토루코 라이스를 염두하셨다기 보다는 푸짐함과 다양함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던 지방 중소도시 레스토랑의 인심으로 보는 것이 옳을 듯 싶다. 10. 소스와 돈까스 조합도 훌륭하지만, 음식 하나하나 들어간 정성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보통 이정도 양의 양식을 먹으면 뒤로 갈수록 느끼해져 물리기 마련이지만 소스의 비밀 레서피가 있어 그런지 한접시를 다 비우는 마지막 한입까지 굉장히 맛있게 먹었다. 11. 주인장의 접객 역시 훌륭한데 멀찌감치 서서 테이블을 관찰하다가 식사가 끝난 것 같으면 바로 오셔서 “후식 준비해드리겠습니다. 후식은 커피 콜라 사이다 쥬스 아이스크림이 준비되어 있는데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라고 여쭤보신다. 어린 시절에나 들었던 정통 경양식 레스토랑 홀보이의 마법같은 주문을 여기서 다시 듣다니.. 식사를 내려놓고 한발짝 뒤로 물러나 목례하는 것까지.. 12. 이 집은 진짜배기 정통 경양식 레스토랑이다. www.instagram.com/moya95

세모 레스토랑

강원 삼척시 중앙로 230 2층

맛집개척자

크고 푹신한 쇼파에서 빵터졌네요..어릴적 생각이 나면서 자연스레 웃음이 납니다.^^

권오찬

@hjhrock 음식은 곧 추억이기도 하기에 그래서 소중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