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천 #삼강옥 #설렁탕 * 한줄평 : Since 1946, 인천의 설렁탕 원조 식당 • 80여년 업력의 인천 설렁탕 노포, 삼강옥의 역사 • 설렁탕에 계란 수란이 들어간 이유는? • 노포 표기에 관한 추가잡설 1. 국밥은 노동자의 영혼에 온기를 더해주는 소울푸드이다. 광복 직후인 1946년 황해도 개성에서 내려와 인천에 자리잡은 이 식당의 창업주인 박재황 사장은 고향집 근처 흐르던 개천이었던 <삼강>의 이름을 따서 지금 영업하고 있는 이 터에 해장국집을 열게 된다. 2. 식당이 자리잡은 참외전로는 여름이 되면 참외를 팔러 나오는 상인들로 노란 참외길이 된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식당 인근 동인천역은 19세기 후반 경인선 철도의 시작점일 정도로 인천 경제의 중심이었다. 과거 인근에 자리잡았던 인천 시청과 채미전이라 불렸던 농수산물 시장이 남동구 구월동으로 이전하며 이 지역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식당의 전성기였던 80년대만 하더라도 하루 80kg 쌀가마니 4개를 사용했다하니 과거의 영화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3. 2017년 인천시립도서관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선정한 <인천 사람들의 10대 소울푸드>에도 삼강옥의 설렁탕이 들어갈만큼 인천 토박이 미식가들에게 이 집은 각별한 곳이다. 4. 수십년 세월 흘러가는 동안 고집스럽게 지켜온 레서피와 대를 이어 찾아오는 사람들의 사랑에 분명 적지 않은 돈을 벌었을테지만, 프랜차이즈로 기업화하지도 않고 유동인구 많은 신시가지로 이전도 않은 채 묵묵히 쇠락한 구도심에서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며 단골을 기다리는 노포를 보면 경외감이 든다. 이미 인천 젊은이들은 부평과 주안, 송도의 핫플레이스로 고개를 돌린지 오래인지 74년 업력이 무색하게도 이 식당에 대한 리뷰 기록은 많지 않다. 5. 메뉴판을 보니 설렁탕, 해장국, 육개장, 도가니탕, 수육 등 모두 소뼈를 고아 만든 국물로 한솥에서 나와 파생된 음식들이다. 주문한 것은 <특설렁탕>이다. 기대감에 차서 우선 국물을 몇 수저 연속 떠먹어봤는데 육향은 있으나 진하진 않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간혹 설렁탕의 진한 국물에 마음이 녹았으나 먹을 수록 우골엑기스와 조미의 힘이 느껴져 실망한 적이 있는데, 이 집은 정말 우직하면서도 잡스럽지 않게 한약 다리듯 끓여내었다. 노포의 음식은 담백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이는 어설픈 밍밍함과는 결이 다르다. 6. 흥미로운 것은 특설렁탕에 들어간 <계란>이다. 단백질 공급원이 부족하던 시절 쌍화차에 계란 노른자를 넣어 먹던 관습이 아직 살아있는데, 주방에서 설렁탕에 계란을 넣어 내어준 것은 처음 경험해본다. 1939년 개업한 하동관의 계란(주문시 일명 통닭) 역시 단백질 섭취를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다만 하동관은 삼강옥처럼 기본값이 아니라 손님의 취향에 따라 별도 주문하여 직접 넣는 방식이다. 아마 채미전 상인들과 부두 노동자들의 든든한 한끼를 위해 계란을 터뜨려 내어주던 방식이 여전히 내려온 것 같은데 음식의 역사를 추리하고 고민해보는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7. 맛있게 먹는 방법은 반은 소금과 후추 없이 그대로를 즐기고, 반이 남았을 때 다대기 대신 <깍국>을 넣는 것이다. 설렁탕이 담백하고 기름지지 않다보니 깍국 몇 스푼에 맛이 확 변하는데 이 변화를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 추가잡설 재미있는 것은 식당 곳곳에 기재된 업력이다. 주차장에는 50년, 식당 벽면의 식당 소개글에는 60년이라 표기되어 있다. 식당 간판에 <Since 개업년도>으로 표기된 것이 2010년 안팍쯤이다. 해가 바뀔 때마다 연차를 바꿔야 했던 번거로움을 버릴 수 있었던 <컬럼버스의 달걀>과도 같은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실제 1990년대만 하더라도 식당 사장은 <밥장사>로 폄훼되며 가치를 인정받지 못 하는 육체노동 직군이라 자식에게 식당을 물려주는 일이 흔치 않았다. 외식 산업이 부흥으로 경제적인 성공이 담보되자 덩달아 노포의 가치가 재조명되었고 이에 따라 <개업년도>를 저렇게 표기하게 된 것이다. <연차>를 표기한 식당은 대부분 2000년도 이전 이미 수십년 세월을 먹은 노포라 봐도 무방하다. 대세와 유행에 민감한 대한민국에서 우직하게 한우물을 판다는 것만으로도 노포의 가치는 더욱 소중하게 평가받아야 한다. www.instagram.com/moya95
삼강옥
인천 중구 참외전로158번길 1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