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찬 @moya95

추천해요

8개월

#삼선동 #삼선 #삼선짜장 * 한줄평 : 성북구 삼선동에서 만난 삼선짜장 • 삼선짜장과 삼선짬뽕만 판매하는 삼선동 중식당 • 유니크함이 곧 미덕이 될 수 있는 짜장의 한계성 • 대중을 상대로 그 한계를 대담하게 깨버린 삼선짜장 1. 서울 하늘 아래 이만큼이나 딱 들어맞는 컨셉 식당이 또 있을까? 성북구 삼선동이라는 동네에 삼선짜장과 삼선짬뽕 오직 2가지 메뉴만 판매하는 재미난 중식당이 나타났다. 그래서 상호 역시 <삼선>인데다 간판도 참 익살스럽게 검은색 바탕에 가로 세로 <삼선 ; 세줄>로 구상되어 있다. 얼핏 보면 뭐하는 곳인지 다소 애매했을텐데 지금은 만나보기 어려운 <중국집 철가방>이 무심하게 놓여있으니 그렇게 힙할 수가 없다. 2. 공간 면적도 애시당초 식당이 나오기 힘든 크기인데, 주방 공간을 먼저 확보한 뒤 다찌 형태로 자리를 배치하는 영리함까지 보여준데다 마침 삼선짜장에 토핑되는 육색 좋은 두툼한 목살을 손질하는 광경마저 봤으니 마침 이래저래 다운되어 있었던 내 기분은 갑자기 승천하기 시작했다. 3. 칼국수와 파스타, 냉면, 라멘과 짜장, 우동과 쫄면에 이르기까지 우리 식생활에 <면>은 이제 빠질 수 없는 주식으로 자리잡았다. 그 중 우리에게 가장 사랑받는 음식은 단언컨대 중국에서 건너왔으나 이제는 당당히 K-Food로 내놓을 수 있는 짜장과 짬뽕이라 말할 수 있다. 4. 분명 면 요리 중 짜장보다 더 귀하고 맛있는 음식은 있을지언정 우리에게 가장 사랑받는 면 요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짜장이 담긴 그 한 그릇에는 한반도의 아픈 근대사인 임오군란,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던 1980년대 전투 식량, 그리고 최근 들어 미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식 노포 톺아보기까지 대한민국의 경제와 역사, 사회상이 들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5. 중식 매니아들은 알고 있다. 그저 똑같아보이는 짜장이지만, 그 한 그릇 안에는 재료의 손질법과 면 반죽, 춘장의 숙성 방식 등에 따라 수천가지의 맛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러나 슬프게도 짜장이 지닌 유리 천장 역시 명징하여 짜징은 결국 짜장일 뿐이라는 것을.. 6. 그리하여 어찌보면 짜장은 기존의 방식과 궤를 달리하는 차별성 자체가 곧 미덕이자 경쟁력이 될 수 있다. 7. 이 집의 삼선짜장은 확실히 특별하다. 영화 기생충의 한우 채끝구이 짜파구리만큼은 아닐지라도 두툼한 돼지 목살 구이가 잔뜩 토핑되는데다 라드에 튀기듯 구워낸 계란 후라이, 바삭하게 튀겨낸 중화풍 새우 튀김까지 올라가 있으니 이만큼 황송한 짜장이 어디 있을까 싶다. 8. 주문과 동시 제면하는 모습도 몹시 흥미로웠는데, 오픈된 주방을 통해 요리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군침이 돌 수 밖에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중식면이라기보다는 부드러운 칼국수의 식감이 대중적이진 않아 호불호 대목이 될 순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속이 편안한 면 반죽이고, 그 흔한 탕수육 요리 없이 독창적으로 운영해보자는 젊은 쉐프의 결단으로 보여 내 입장에선 오히려 ‘호’에 가깝다.

삼선

서울 성북구 삼선교로 22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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