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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4.5
3개월

#연남동 #몽중식 #암살 * 한줄평 : 몽중식이 암살하다. • 영화와 미식의 통섭이 이루어진 공간, 연남동 몽중식 • 대한민국 건국절 논쟁과 영화 암살이 주는 교훈 • 이제는 사라진 직업, 변사의 이야기 공간 1. 이 식당의 정보를 접하게 된 계기는 유재석이 진행을 맡았던 tvN ‘식스센스’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프로그램의 설정 자체가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가짜’를 찾는 것이었는데, 무려 이 식당의 컨셉이 <변사>가 영화를 설명해주며 그 영화 속 상황에 맞춘 음식을 서빙해주는 것이라 “과연?”이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로 벌써 5년째 성업 중이다. 2. 음식이 하루를 살아낼 ‘에너지원’의 지위에서 그 이상의 격상하기 위해선 특별한 경험이 입혀져야 하고, 그 특별한 경험은 <스토리>가 입혀짐으로써 <문화>가 된다는 것이 평시 내 지론인데, 그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아내와의 결혼 기념 20주년 전초전을 이 곳에 할애했다. 3. 몽중식은 분기마다 홍콩 영화를 주제로 중식 기반의 음식을 내는 곳인데 9월말까지는 2015년 개봉한 천만 한국 영화, <암살>을 주제로 음식을 내고 있다. 4. 영화와 음식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의 문화를 통섭하기 위해선 영화의 주제를 관통할 수 있는 통찰력, 스토리에 맞는 요리 구성과 실내 인테리어, 음식을 담을 그릇과 소품 등 다양한 지식과 감각이 수반되어야 관객이자 식객인 손님은 그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터.. 5. 우선 상호부터 기가 막히다. <몽중식>이라는 상호를 의역하자면 ‘꿈 속의 식사’ 정도가 될터인데 영화 속 주인공의 감정선과 요리가 만나는 지점을 지칭하는데 있어 이보다 더 좋은 표현이 있을까 싶다. 6. 거기에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벽면의 포스터, 업장 안에 걸려진 태극기, 자리에 비치된 김구 선생님의 검은 뿔테 안경과 태극기 거울 등을 접하면 극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암살>이라는 영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스스로에 놀랄 정도로 굉장히 소품이 디테일하게 마련되어 있다. 7. 몽중식에서 준비한 <암살>이라는 시대극에 맞춘 요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식) 규화계 거지닭이라고도 불리는 규화계는 연잎에 넣은 닭을 진흙을 발라 천천히 구운 다음 굳어버린 진흙을 깨고 먹는데, 극중 전지현의 아비이자 친일파로 나오는 이경영(강인국)의 이중적인 모습을 담안내었다. 2식) 하이가이 야끼 일본어로 하이가이는 꼬막을 뜻하는데, 그 발음이 <밀정>과 같아 임시정부의 행동대장이자 밀정인 이정재의 검은 속내를 검정피 반죽 타코야키 요리로 표현해냈다. 3식) 아란치아를 올린 운남식 마파두부 독립군의 전투식량으로 전해지는 주먹밥을 아란치아로 표현했고, 화한 맛의 마파두부와 궁합이 아주 훌륭했다. 4식) 복어 사천탕면 복어는 자칫 잘못 손질하면 죽을 걸 알면서도 먹는 생선인데, 언제 올지 모르는 대한민국의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선조들의 마음을 기리기 위해 선택한 식재료라고 한다. 5식) 태극기를 음각하여 구워낸 홍콩식 프렌치토스트 8. 음식과는 별도로 암살이란 영화는 내게 큰 화두를 주었던 영화이다. 이미 1945년 해방이라는 결과를 알고 있는 우리들 후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한민족의 정체성을 버리고, 나라를 배신하고, 일본에 붙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밀정이었던 이정재의 대사가 무척이나 잔상이 남았더랬다. “몰랐으니까.. 해방될 줄 몰랐으니까..” 나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작금 벌어지는 대한민국의 건국절 작태를 바라보며 끝내 하나로 단결하고 화합하지 못 하는 우리 후손들을 보며 과연 뭐라 꾸짖으셨을까..

몽중식

서울 마포구 동교로 257 2층

망고무화과

3쇄와 더불어 결혼기념일 20주년도 감축드리옵니다!^^

Luscious.K

신기하네요. 이런 식당 있는줄 몰랐어요. 점점 식당픽이 힙해지세요 ㅎㅎ 물론 저도 작가님 3쇄와 결혼 20주년 축하드립니다.

권오찬

@yurasianne 감사합니다, 무화과님! 밀레니엄 직전 20세기말부터 연애하고 결혼했는데 이제서야 반려의 의미를 알 것 같아요.

권오찬

@marious 2020년 픽한 곳인데, 마침 명절을 맞아 서울이 비어있는 틈을 잘 이용해서 예약했어요. ㅋ 영상이나 극중 대사를 들려주면 좀 더 몰입도가 좋았을 것 같은데, 저작권 문제가 있나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