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시장 #원조할머니떡볶이 #기름떡볶이 * 한줄평 : Since 1956, 통인시장 기름떡볶이 1. 서울미래유산으로 등재된 이 음식의 시작은 점포도, 간판도 없는 노점이었다. 1956년, 실향민 맹씨 할머니가 자하문로 길가에 번철을 올린 것이 통인시장 기름떡볶이의 시초다. 2. 조선시대 법궁인 경복궁의 서쪽에 자리한 통인시장은, 1941년 일제강점기 공설시장으로 출발했다. 서촌이라 불리는 이 동네는 조선시대 역관이나 의관 같은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권력의 중심에서 한 발짝 비껴선 사람들의 동네. 그 기질이 시장에도 흘러들었는지, 통인시장은 지금도 대형 유통자본에 점령당하지 않은 채 제 나름의 속도로 살아간다. 엽전을 사서 도시락을 꾸려 먹는 ‘엽전도시락’ 문화가 관광 명물이 되었고, 그 시장 골목 한편에 기름떡볶이 집들이 나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3. 전쟁이 끝난 직후의 서울은 고향을 잃은 사람들로 넘쳤다.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낯선 땅에 뿌리를 내리려 했고, 맹씨 할머니는 번철 위의 떡으로 그 일을 해냈다. 종로문화원이 발행한 『종로 87개 법정동 톺아보기』는 이 집의 내력을 기록한 몇 안 되는 문헌 중 하나다. 자하문로 길가의 작은 노점이 수십 년을 지나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그 기름떡볶이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한 실향민이 서울에 남긴 생의 흔적이었다. 4. 조리법은 단출하다. 새끼손가락 굵기로 얇게 뽑아낸 쌀떡을 양념에 잰 뒤 주문이 들어오면 기름 두른 번철에 올리고, 속까지 고루 익으면 간장 양념을 더해 윤기나게 볶아낸다. 덜어낼 것도, 더 보탤 것도 없다. 5. 이 음식의 미덕은 절제에 있다. 고추장으로 끓여낸 빨간 떡볶이가 자극으로 승부한다면, 기름떡볶이는 설득으로 승부한다. 기름이 떡의 표면을 얇게 감싸며 만들어내는 구수함, 간장이 스며들며 완성되는 짭조름하면서도 달큰한 뒷맛. 처음 한 점은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자극적인 음식이 첫인상으로 기억된다면, 기름떡볶이는 끝맛으로 기억되는 음식이다. 6. 통인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흔히 놓치는 것이 하나 있다. 이 음식이 단순히 ‘옛날 떡볶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매운맛 문화가 전면화되기 이전, 한국인이 떡을 어떻게 먹었는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기록이다. 고추장이 대중화된 것은 조선 후기의 일이고, 그 이전의 오랜 세월 동안 떡은 기름과 간장의 언어로 조리되었다. 1936년 1월 동아일보에 소개된 ‘조선요리 성분 계산표‘에는 떡볶이의 재료로 떡과 소고기, 버섯 등과 함께 간장과 참기름이 등장한다. 고추장은 없다. 당시의 떡볶이는 기름에 볶는 형태였다. 우리가 현재 즐겨먹는 고추장 떡볶이는 1960년대말 급격히 대중화된 음식이다. 7. 빠르게 소비되고 빠르게 잊히는 음식들의 시대에,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방식으로 같은 음식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고된 것인지를 우리는 자주 생각하지 않는다. 원조할머니 기름떡볶이가 지키고 있는 것은 레시피가 아니라 [세월]이다. 맹씨 할머니가 자하문로 길가에 번철을 올려놓던 그 1956년의 시간으로부터, 느리고 담백하게 이어져 내려온 시간.
원조할머니 떡볶이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3 1층
맛집개척자 @hjhrock
끝맛으로 기억되는 음식이라는 문구가 아주 가슴에 와닿네요.^^
권오찬 @moya95
@hjhrock 색에 비해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순합니다. 이게 뭐라고 계속 먹다보니 바닥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