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동 #초류향 #파리머리볶음 * 한줄평 : Since 1989, 파리머리볶음과 백주의 조합 1. 서울 중구 다동의 옛 이름은 ‘다방골’이다. 조선시대 궁중의 다례를 주관하던 관아 다방(茶房)이 이곳에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차를 매개로 나라의 격식이 오갔던 자리가 세월을 건너 지금은 밥과 술이 오가는 골목이 되었다. 2. 그 다방골 한 켠에, 1989년 문을 연 중식당 [초류향]이 있다. 산동 출신 화교가 세운 집으로, 지금은 3대째가 주방을 지키고 있다. 산동성은 황해를 사이에 두고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중국 본토이고, 기후와 식재료도 한국과 닮은 구석이 많다. 한국식 중화 요리의 뿌리가 산동 요리인 것도 이 때문이다. 3. 그러나 한국의 중식당 대부분은 세월이 흐르면서 현지화의 길을 걸었고, 산동 요리의 원형은 점차 희미해졌다. 3대 주인장은 젊은 시절 그 원형을 되찾기 위해 대륙으로 건너가 유학했다. 그 공부의 흔적이 메뉴에 남아 있다. 다른 중식당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요리들, 파리머리볶음과 참깨오리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4. 이 집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파리머리볶음이다. 원래 이 요리는 부추로 만드는 것이 정석이나, 부추는 수확 기간이 짧아 연중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 초류향은 그 자리에 마늘쫑을 들였다. 마늘쫑은 부추보다 식감이 단단하고 향이 직선적이다. 다진 고기와 함께 센 불에 볶아내면, 마늘쫑 특유의 알싸한 향이 고기의 기름기와 뒤섞이며 전혀 다른 결의 요리가 된다. 재료의 대체가 단순한 타협이 아니라 또 다른 개성을 만들어낸 경우다. 5. 부추볶음도 마찬가지다. 부추는 중국 요리에서 오래된 식재료다. 돼지고기와 함께 볶는 것이 기본이지만, 여기서도 부추가 주인이고 고기는 손님이다. 길쭉하게 썬 부추가 윤기 있게 볶아져 접시를 채우고, 얇게 썬 돼지고기가 듬성듬성 섞여 있다. 이 요리의 덕목은 불 조절에 있다. 부추는 너무 오래 볶으면 풀이 죽어버리고, 덜 볶으면 풋내가 남는다. 그 사이의 아슬한 순간을 잡아내는 것이 요리사의 몫이다. 6. 좋은 음식이 있으니, [자약]이라는 백주를 주문했다. 공부가주의 제품군으로, 이름을 풀면 ‘공자의 약속’이다. 공부가주는 공자의 고향 산동에서 공씨 가문이 제사용으로 빚어온 술의 전통을 잇는 브랜드로, 2000년 주조 역사를 표방하며 산동성 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어 있다. 자약은 그 공부가주가 젊은 감각으로 빚어낸 40도짜리 파생 제품이다. 트렌디한 병 디자인에 공자의 이름을 걸었다는 것이 흥미롭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이 시대 중식당 술상의 변화를 상징하기도 한다. 7. 한때 한국의 중식당 술상은 연태고량주가 지배했다. 화교들의 고향 산동 연태에서 온 그 술은 34도라는 비교적 낮은 도수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2003년 정식 출시된 이후 ‘중식당=연태고량주’라는 등식을 만들어냈다. 8.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술상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캐주얼한 디자인을 내세운 백주들이 하나둘 중식당 냉장고를 채우기 시작했고, 자약도 그 흐름 위에 있다. 과거 중식당의 술상을 호령했던 연태고량주가 거칠게 밀어붙이는 독주였다면 자약은 요리의 기름기를 받아주는 정교한 술이다. 백주가 독한 어른들의 술에서 고르고 즐기는 술로 바뀌어가는 중이다.
초류향
서울 중구 다동길 24-10
Colin B @colinbeak
저 요리를 파리머리볶음이라 부르는 것 처음 알았어요 ㅎㅎ
권오찬 @moya95
@colinbeak 창잉터우라는 대만 음식인데, 파리머리처럼 보인다 그래서 재미있게 붙인 이름인 것 같아! 중식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진짜 파리머리 들어가냐고 묻더라고. 중국 식재료가 워낙 특이한게 많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