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계봉농원 #오디불고기한정식 * 한줄평 : 산이 차린 밥상, 청양의 계봉농원 1. 청양은 칠갑산의 고을이다. ‘칠갑(七甲)’이라는 이름은 천지만물 생성의 근원을 뜻하는 ‘칠’과 싹이 돋는다는 의미의 ‘갑’이 만나 생명을 품은 이름이 되었다. 산줄기가 일곱 방향으로 뻗고 그 사이사이 계곡과 물길이 명당을 이루는 이 산은, 이름부터가 이미 생명의 시원을 가리키고 있다. 그 물이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려 흙을 적시고, 봄마다 산나물을 밀어 올린다. 바람에 흙냄새가 실리고 풀잎 사이로 햇살이 들어앉으면, 향이 터진다. 청양의 봄은 그렇게 짙다. 2. 곰취는 부드럽게 쓴맛을 품고, 두릅은 오도독 씹히는 순간 수액 밴 고소함을 올려 보낸다. 냉이는 습기 섞인 흙내로, 방풍과 어수리는 들풀 특유의 매운 향으로 입안을 가득 채운다. 제철 봄나물이란 이 지역의 언어와 같아서, 그것을 차린 밥상은 그 문장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문서가 된다. 지금이 바로 그 계절이다. 3. 외진 도로변에 계봉농원이 있다. 찾아오는 이가 있을까 싶은 입지인데,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다녀갔고 홍석천과 이원일 셰프도 유튜브 카메라를 들고 찾아온 집이다. 낮은 지붕 아래 들어서면 식탁마다 봄이 한 상씩 얹혀 있다. 4. 이 집의 중심은 오디불고기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로 고기를 재우는 방식인데, 그 발상은 사실 이 땅의 오랜 역사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것이다. 조선 시대부터 충청 내륙은 누에를 치는 고장이었고, 국가는 백성에게 뽕나무 심기를 독려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양잠은 국가 수출의 일등 공신이었으나, 1980년대 후반 산업이 기울면서 농촌 곳곳의 뽕밭이 하나둘 뽑혀 나갔다. 그러나 여름이면 땅에 떨어져 발에 밟히던 그 새까만 열매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디의 달고 신 맛이 고기의 잡내를 잡고 육질을 부드럽게 한다는 것을, 과학이 증명하기 훨씬 전부터 손맛은 이미 알고 있었다. 5. 달큼하게 숙성된 불고기가 가운데 자리를 잡으면, 그 주위를 산나물 반찬들이 빽빽이 에워싼다. 스무 가지가 넘는 접시들, 색이 저마다 다르다. 진한 녹갈색의 고사리, 연둣빛 두릅, 거칠게 무친 곰취, 참기름 윤기 위에 붉은 고추씨 두어 알이 얹힌 것들. 젓가락이 닿을 때마다 질감이 달라지고, 씹을 때마다 향이 또 바뀐다. 6. 건물 한켠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저마다 뚜껑을 이고 조용히 익어가는 것들, 된장이거나 고추장이거나 간장일 그것들이 이 밥상의 진짜 바탕이다. 각종 조미료의 발달로 그릇에 맛을 담는 일은 한없이 쉬워졌지만, 정성을 담는 일은 그만큼 어려워졌다. 편리함의 시대는 맛을 빠르게 내지만 손의 온도는 남기지 못한다. 7. 이 집은 조미료 대신 수고를 택하고, 속도 대신 시간을 선택했다. 그 단순하고도 고집스러운 선택이 이 밥상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수십만 원짜리 다이닝이 부럽지 않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손이 닿은 재료, 바로 앞 산에서 난 나물, 그리고 제철의 공기까지 함께 삼키게 되는 밥상이니, 그 크기가 가격으로 환산될 리 없다. 8. 벽에는 사인들이 걸려 있다. 허영만은 “너무 맛있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싫습니다”라 적었고, 이원일은 “보약 같은 밥상, 꼭 또 올게요”라 남겼다. 한 사람은 숨기고 싶다 했고, 한 사람은 다시 오겠다 했다. 방향은 달라도 마음은 같다. 이 집을 한 번이라도 다녀간 사람이라면, 그 말이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시즌베스트
계봉농원
충남 청양군 목면 본의길 406-4
맛집개척자 @hjhrock
글이 점점 진화하는 느낌이네요. 맛의 표현은 풍성해지고, 느낌은 더욱 가까워집니다.^^
권오찬 @moya95
@hjhrock 원래 뽈레는 초안 느낌으로 습작하듯이 썼다가 윤뮨하여 브런치에 올리는데.. 그렇게 하니 윤문 각색을 게을리해 브런치 쉰지가 제법 되었어요. 요즘 뽈레 올리는 글은 브런치에 올리려고 완성도 90% 느낌으로 작성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