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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꽃피공 #크림해물리조또 * 한줄평 : 서촌의 봄을 만끽하다.. 1. 조선의 권력은 늘 경복궁의 동쪽으로 흘렀다. 사대부들은 북촌에 기와를 올리고 권세를 다퉜지만, 궁의 서쪽, 인왕산 자락 아래 가늘게 뻗은 골목들에는 권력의 중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역관과 의관, 화원과 서리 등 중인 계층이 모여 살았다. 권력의 중심에는 끝내 닿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시를 썼고 그림을 그렸다. 겸재 정선이 바로 이 인왕산 자락에 살며 인왕제색도를 완성한 것도 그 맥락 위에 있다. 서촌은 그렇게, 주류가 되지 못한 자들의 미감(美感)이 오래 발효된 곳이다. 2. 세월이 흘러 그 중인들의 후예처럼, 지금 서촌에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깃들어 있다. 갤러리와 공방, 작은 책방들이 골목 안쪽으로 숨어들었고, 오래된 한옥 처마 아래로 에스프레소 머신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개발의 손길이 비교적 늦게 닿은 덕에 이 동네는 아직 종로의 속도를 따르지 않는다. 봄볕 아래 서촌의 골목을 걷다 보면, 어쩐지 시간이 조금 다르게 흐르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진다. 3. 그 골목 한편에 ‘꽃피공’이 있다. ‘꿈이 꽃피는 공간’을 줄인 이름이라는데, 작명이 다소 낭만적이다 싶으면서도 막상 가게 앞에 서면 이름이 썩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입구를 채운 계절 꽃 장식들이 지나치게 꾸몄다는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골목과 어우러지고, 열린 창 너머로 보이는 작은 주방에서는 젊은 셰프가 조용히 손을 움직이고 있다. 4. 번잡한 효자동 큰길에서 몇 걸음만 꺾으면 닿는 이 작은 브런치 레스토랑은, 그 존재 자체가 서촌의 성격을 닮았다. 요란하지 않지만, 분명히 거기 있다. 5. 아끼는 후배들과 봄날을 핑계로 이곳을 찾았다. 라구 파스타와 크림 해산물 리조또를 시켰고, 셰프 특선이라는 고사리 파스타도 하나 올렸다. 고사리 파스타라는 메뉴 이름 앞에서 잠깐 멈추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6. 고사리는 한국인에게 각별한 식재료다. 제사상 어디에나 오르고, 비빔밥의 오방색을 완성하는 나물이며, 봄이면 전국의 어머니들이 삶고 무쳐 항아리에 넣어두던 것. 그 고사리가 올리브 오일을 만나 파스타 위에 올랐다. 마침 4월은 고사리의 철이다. 막 올라온 어린 순을 써야 향이 살고 질기지 않다는 걸 아는 셰프가 제철 재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7. 이탈리아의 문법으로 한국의 봄을 담은 접시, 그것이 거창한 퓨전의 선언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아마도 이 공간이 그런 자의식 없이 그냥 그걸 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후배들은 밝았고, 봄볕은 창으로 길게 들어왔다.

꽃피공

서울 종로구 옥인1길 7 1층

망고무화과

오늘 글은 특히 따스하네요. 눈부시지 않고 뜨겁지 않게 내리는 봄볕같은 글 잘 쬐고 갑니다!!

권오찬

@yurasianne 작가님의 봄날도 따스하고 아름답기를 소망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