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동 #제주올래식당 #고기국수 * 한줄평 : 서울 용두동 골목에 숨겨진 제주 향토음식점 1. 제주의 고기국수가 널리 알려진 과정은, 반드시 제주 사람들의 식탁에서 출발한 것만은 아니었다. 2000년대 이후 관광객이 섬으로 밀려들면서 삼성혈 인근 골목에는 고기국수집들이 하나둘 들어섰고, 인터넷은 그 음식을 금세 ‘제주에 가면 꼭 먹어야 할 것’의 목록 속에 올려놓았다. 2. 그렇게 고기국수는 제주 사람들의 일상식이라는 원래의 자리를 조금씩 벗어나, 관광의 언어로 다시 설명되기 시작했다. 음식이 유명해지는 길은 늘 비슷하다. 더 널리 알려질수록, 처음 그것을 먹던 사람들의 생활과는 어느새 멀어진다. 3. 고기국수는 원래 가난과 실용이 빚어낸 음식이다. 척박한 화산토 위에서 돼지를 키우고, 혼례와 상례 같은 큰일이 있을 때 큰 솥에 고기를 삶아 국물을 내고, 그 국물에 면을 말아 먹던 풍경에서 출발했다. 남겨진 것들로 한 끼를 완성하던 방식이 세월을 지나며 하나의 미식처럼 포장된 것이다. 4. 그러나 정작 제주 토박이에게 고기국수는 미식이라기보다, 오래도록 몸에 배어 있던 일상의 맛에 가깝다. 용두동 골목에 자리한 제주올래식당은 바로 그 일상의 자리에서 출발한 집처럼 보인다. 제주 연동 출신 여사님이 2년 전 외동아들과 함께하기 위해 상경하여 차린 이 작은 식당은, 처음부터 관광지의 이미지와는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5. 이 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재료의 선택이다. 제주 고기국수와 돔베고기에 흔히 쓰이는 삼겹이나 전지살 대신, 아롱사태를 사용한다. 익숙한 제주식 고기국수의 틀 안에 있으면서도, 어딘가 다른 결을 만들어내는 선택이다. 아롱사태는 결이 살아 있고 지방이 적어, 국물 속에서 단정하고 또렷한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인지 이 집의 면은 기름진 육수를 받아내는 중면보다, 조금 더 담백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구포국수 중면과도 잘 어울린다. 면과 고기, 국물의 균형이 처음부터 다시 짜여 있는 셈이다. 6. 그 균형은 이 집이 자기 자리를 잘 알고 있다는 뜻처럼 읽힌다. 제주올래식당의 손님은 제주를 그리워하는 관광객이 아니라, 용두동과 그 주변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여사님은 자신이 오래 알고 지낸 맛을 바탕으로, 이 동네에서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국수를 다듬었을 것이다. 그것은 타협이라기보다, 한 그릇의 국수를 지금의 장소에 맞게 다시 세우는 일에 가깝다. 그래서 이 집의 음식은 제주를 흉내 낸 서울식이 아니라, 제주에서 출발해 서울에서 살아남는 방식으로 보인다. 7. 가게 이름도 오래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처음 이 간판을 보았을 때 무심코 ‘올레’라고 읽었다. 제주 여행의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라면 아마 대부분 비슷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보면 이 집은 ‘올래’다. 제주어의 ‘올레’가 집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뜻한다면, ‘올래’는 그와 다른 층위에서 손님을 향해 말을 건네는 표현처럼 읽힌다. [제주 음식 먹으러 올래?]라는 청유가 상호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8. 관광지의 고기국수집들이 ‘올레’라는 이미지를 빌려 제주를 소비하는 동안, 이 집은 오히려 손님에게 직접 말을 거는 쪽을 택했다. 그 차이는 작아 보여도 적지 않다. 제주올래식당의 고기국수에는 제주에서 오래 먹어온 방식과 서울에서 새롭게 뿌리내리려는 태도가 함께 있다. 국물 한 모금에 제주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오래 간직해온 맛을 다른 도시에서 다시 살아 있게 하려는 마음이 있다. 9. 용두동 골목 안쪽에서 국수를 후루룩 넘기는 오후, ‘올래’는 오늘도 조용히 청유형으로 서 있다. 제주를 구경하러 오라는 말이 아니라, 제주를 맛보러 와보라는 말로.
제주 올래 식당
서울 동대문구 무학로37길 12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