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호남집 #연탄불생선구이 * 한줄평 : Since 1974, 연탄불로 은근하게 구워낸 생선구이 1. 버스가 멈추고 사람이 내리던 자리에는 늘 배를 채우는 음식이 먼저 생겼고,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 역시 그 순서를 따라 자라났다. 흥인지문 안쪽, 한양도성의 끄트머리라는 자리는 늘 도시의 끝과 시작이 맞닿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곳에는 멀리서 일부러 찾아오는 별미보다 지나가는 사람의 허기를 붙잡는 음식이 먼저 뿌리내렸다. 화려하지 않지만 한 끼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닭 한 마리와 생선구이 같은 서민의 밥상이 이 골목에 나란히 자리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니다. 2. 그 가운데 호남집은 이 골목의 시작을 가장 또렷하게 증언하는 식당이다. 1974년에 문을 연 이 집은, 그 시절 가장 흔했던 화력원인 연탄불로 생선을 구워 왔다. 연탄이라는 화력원은 오늘날의 전기나 가스처럼 즉각적이고 간편하지 않다. 불을 붙이는 데도 손이 갔고, 열이 고르게 오르도록 살피는 일도 필요했으며, 다 타면 다시 갈아 끼워야 했다. 번거롭고, 느리고, 정성이 많이 들어갔다. 3. 그런데 바로 그 과정 속에서만 나오는 맛이 있었다. 호남집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다. 빠르고 편한 방식이 아니라, 여전히 손을 들이는 방식으로 맛을 지켜 왔기 때문이다. 4. 원조라는 말이 붙는 데는 단순히 먼저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먼저 왔고, 오래 남았고, 뒤따라온 집들 속에서도 여전히 처음의 기억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비로소 원조가 된다. 5. 호남집은 그렇게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의 출발점이 되었고, 시간이 흐르며 골목 전체를 설명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한 집이 오래 버티면 개인의 장사가 아니라 공간의 역사가 된다. 호남집이 그랬다. 그 집은 단지 밥을 팔았던 것이 아니라, 이 골목이 어떤 순서로 생겨났는지를 몸으로 증명해 온 셈이다. 6. 호남집이 여타 생선구이집과 차별화되는 대목이 바로 연탄불이다. 연탄은 가스나 전기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화력이 아니다. 그러나 그 느린 화력 덕분에 생선은 마르지 않고 속살은 촉촉하게 남으며, 겉은 지나치게 거칠어지지 않는다. 7. 조리의 효율보다 맛의 결을 택한 방식이었고, 바로 그 점에서 이 골목의 생선구이는 단순한 반찬을 넘어 오래된 생활의 감각을 품게 되었다. 결국 맛이라는 것은 늘 가장 편한 방식에서만 생기지는 않는다. 때로는 번거로운 손길과 더딘 시간 속에서 더 깊어지기도 한다. 호남집의 생선구이가 바로 그런 맛이다. 8. 특히 70년대생에게 연탄은 단순한 조리 도구가 아니라 생활의 기억이라 더욱 애틋하다. 연탄을 직접 갈던 손끝의 감각, 겨울 아침의 그을음, 부엌에서 올라오던 묵직한 열기 같은 것들이 함께 떠오른다. 그래서 연탄불 앞에서 구운 생선을 마주하면 사람은 맛이라는 감각보다 먼저 시간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은 사라져 가는 풍경이지만, 그 세대에게는 여전히 아련한 추억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9. 동대문 생선구이 골목이 특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버스 종점이던 자리, 도성의 끝자락이라는 지리, 시장이 모이던 생활의 밀도, 그리고 연탄불이라는 느린 화력이 서로 맞물리며 이곳은 서민의 밥상과 기억이 함께 남는 공간이 되었다. 10. 호남집은 그 한가운데서 골목의 처음을 지켜 온 집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이 골목을 걷는 일은 단지 식당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끝자락에서 시작된 한 끼의 역사를 다시 읽는 일이 된다.
호남집
서울 종로구 종로40가길 5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