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전쟁이 지나간 자리에서 식당은 맛을 따지는 곳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밥을 [선택]하기 시작했을까. 피란민이 몰려들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거리를 메우던 시절 밥을 파는 쪽도 사먹는 쪽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맛을 따진다는 것 자체가 사치였고 밥집이란 그저 허기를 면할 수 있으면 충분한 곳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열고 별점 4.5 이상에 리뷰 500개 이상이라는 조건을 통과한 식당들만 골라 줄을 선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인 [맛이 숫자로 환산되어 유통되는 시대]가 되었다. 나는 음식 칼럼을 쓰는 여행작가지만 [맛집]이라는 단어 앞에 서면 늘 잠깐 멈칫하게 된다. 맛이란 애초에 객관화될 수 없는 감각이기 때문이다. 같은 된장찌개 앞에서도 누군가는 집밥의 기억에 눈시울을 붉히고 누군가는 짜다며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어떤 이에게는 다시 찾고 싶은 곳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 번 다시 가지 않을 식당이 되는 일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우리는 [맛집]이라는 단어를 마치 공인된 등급처럼 소비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단어를 완전히 지울 수도 없다. 읽히기 위해 쓴 글이 끝내 읽히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맛집]이라는 단어를 내려놓는 순간 알고리즘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내 글은 조용히 뒤로 밀려난다. 결국 사람은 효율을 좇는다. 한 끼 식사마저도 최대한 만족스러운 선택을 하려 하고 그 기준은 인터넷에 축적된 후기들이다. 리뷰의 수, 별점의 높이, 사진 속 음식의 그럴듯한 모습.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발견보다 추천을 더 믿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질문 앞에 오래 머물게 된다. 리뷰도 별점도 없이, 조용히 한자리를 지켜온 식당들은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터넷에 검색되지 않는 식당들이 있다. 화려한 사진도, 수백 개의 리뷰도 없지만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서 밥을 짓는 곳들이다. 누군가는 매일처럼 그 집의 된장찌개를 먹고 누군가는 퇴근길에 들러 국 한 그릇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알고리즘은 그런 식당을 잘 보여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점점 발견보다 추천을 믿고 조용한 식당들은 검색창 바깥으로 밀려난다. 나는 음식 칼럼을 쓰는 사람으로서 늘 그 사이에서 흔들린다. 맛집이라는 단어를 써야 더 많은 사람이 읽지만 정작 오래 기억에 남는 식당들은 대개 그 말로 다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래 한자리를 지켜온 밥상은 단지 음식의 문제가 아니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생업이 있고 삶의 리듬이 있고 오랜 시간 반복되어온 하루가 있다. 그래서 어떤 밥은 맛보다 오래 남는다. 그리고 어떤 식당은 맛집이라는 말로는 끝내 설명되지 않는다.

음식칼럼가의 고민

메이커 없음

맛집개척자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사실 맛집이란 기준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때가 있는데.. 저는 우연찮게 들린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의 손맛을 느꼈을 때 개인적으로 진정한 맛집을 찾은 느낌이거든요.^^

권오찬

@hjhrock 그릇에 담긴 음식을 넘어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부위로 치자면 어두육미라 할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