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권오찬
5.0
18일

#삼각지 #남악상회 #황게무침 * 한줄평 : 삼각지 남악상회에서 만난 지역의 맛 1. 요즘 이름난 돈육식당에서 고기 때문에 크게 실망하는 일은 드물다. 돼지의 품종은 다양해졌고 숙성 기술은 한층 정교해졌다. 직원이 고기를 직접 구워주는 서비스도 보편화되면서, 식당마다 굽기의 편차도 크게 줄었다. 이제 좋은 고기를 쓴다는 말만으로는 식당의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 원육 자체가 상향평준화되면서 경쟁은 고기 밖으로 옮겨갔다. 2. 소금과 장, 젓갈, 김치, 장아찌는 더욱 세분화됐고, 곁들임 음식은 다양해졌다. 주연인 고기의 차이가 줄어들수록 식당의 개성을 만드는 조연의 역할은 오히려 커져갔다. 곁들임 음식은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같은 익숙한 메뉴에서 수제비와 짜장면, 파스타에 이르기까지, 고기와 함께 즐기는 음식의 스펙트럼도 크게 넓어졌다. 그러나 조합은 새로워도 결국 음식 자체는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었다. 3. 그런데 삼각지에서 7월에 새로 개업한 [남악상회]는 그 자리에 지역의 향토음식을 올림으로써 전혀 새로운 조합을 내놓았다. 4. 이 식당을 이해하려면 우선 [남악]과 [상회]라는 조합으로 이루어진 상호에 주목해야 한다. 남악은 지리산의 옛 지명으로 식당의 중심이 되는 지리산 흑돼지를 의미하고, 상회는 여러 지역의 물품을 들여와 파는 가게를 뜻하니 결국 [남악상회]는 지리산 흑돼지를 중심에 두고, 전국 팔도에서 찾아낸 맛을 한데 모은 식당이라는 주인장의 의도를 담아내었다고 할 수 있다. 5. 남악상회의 밥상에 오르는 전국 팔도의 향토음식은 단순히 지역의 이름을 빌려온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식재료와 생활 방식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음식들이다. 6. 목포식 한 상에는 게살과 채소를 매콤하게 버무린 황게무침이 나오는데, 게살의 감칠맛과 매운 양념이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을 받아준다. 통영식 한 상은 조갯살을 다져 채소와 양념을 섞은 뒤 다시 조개껍데기에 채워 구워낸 유곽이라는 음식을 내고, 부안식 한 상에는 곰소 젓갈과 백합탕이 놓인다. 7. 전국에 이름난 젓갈 시장이 많은데, 남악상회는 그중에서도 부안 곰소염전의 소금으로 절인 젓갈을 골랐다. 부안의 곰소염전에는 변산반도의 소나무에서 날아온 송화가루가 염전에 앉아 소금의 뒷맛이 미묘한 감칠맛을 내는데, 나 역시 향토음식 취재를 다니며 경험한 젓갈 중 최고를 이 곳으로 꼽는다. 8. 남악상회에서 가장 매니악한 향토음식은 [군산식 명태탕]이다. 서해 끄트머리 항구도시인 군산에서는 동해에서 잡히는 명태와 콩나물, 청양고추를 잔뜩 집어넣어 맵칼하게 끓여낸다.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고, 맵칼하여 안주로도 식사로도 좋으니 항구 노동자들의 도시인 군산 지역의 향토성이 가득한 음식이지만, 외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생활 음식이다. 9. 이런 음식은 유명한 향토음식 목록만 뒤진다고 쉽게 찾을 수 없다. 지역을 돌아다니며 그곳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먹는지 오래 들여다봐야 눈에 들어온다. 향토음식을 기록하는 내게 남악상회가 흥미로웠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10. 향토음식은 대개 그 지역을 찾아가야 온전히 만날 수 있다. 기후와 생업, 식재료와 저장 방식이 음식의 배경으로 함께 놓이기 때문이다. 11. 지역에서는 제각기 다른 자리에서 먹던 음식들이 서울의 고깃집에서 한 상으로 만났다. 고기가 비슷해진 시대, 고깃집들은 저마다 새로운 곁들임을 찾는다. 남악상회는 그 답을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지역의 음식에서 찾았다. 이 정도의 깊이라면 향토음식이 지역 밖으로 건너오는 방법이 꼭 향토음식 전문점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악상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62길 19 1층

임쪠

황게무침이라는 요리 처음 듣고 보는 음식인데 한 번 쯤 먹어보고 싶네요😋

권오찬

@wlgp4044 목포 꽃게무침의 변주음식이에요. 고기에 곁들이는 컨디먼츠로도, 술안주로도, 밥반찬으로도 디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