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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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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광화문 #미진 #판모밀 * 한줄평 : 광화문 여름 척도, 미진 • 계절의 흐름, 그리고 광화문의 냉메밀 국수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들판엔 메뚜기가 떼를 지어 뛰어다니고, 하늘엔 양떼 구름 아래 잠자리가 가득하다. 그러나 빌딩 숲에 사는 광화문 직장인들은 계절의 흐름을 오롯이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샐러리맨 대부분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빌딩 안에 갇혀 회사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공통 취미라 할만한 것이 바로 직장 인근의 <미식 탐험>이다. 도심 직장인들은 자연의 변화를 음식으로 체감한다. 초여름인 6월부터 8월까지 <냉메밀>로 유명한 미진의 입구는 인산인해 수준이다. 그러다 8월말경 더위가 가신다는 <처서>가 지나면서부터 대기열이 짧아지다가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 즈음이 되면 기다림 없이 바로 착석하여 식사할 수 있다. • 식당 이야기 광화문과 종로의 본격 개발은 피맛길의 쇠락과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 광화문 직장인 입장에서 개발의 첫 발자욱은 이 식당이 들어선 <르메이에르 빌딩>이다. 당시엔 매머드급 규모였던 이 빌딩이 들어서며 인근 피맛길 식당이 입주권을 얻어 르메이에르에 터를 잡게 되었다. 미진은 1954년 개업하여 올해로 65년된 노포이다. 이 집의 시그니처 메뉴인 <냉메밀>은 일본 소바로부터 유래하여 한국식으로 변형된 음식인데, 아무래도 노포이다 보니 담백함을 추구하는 최근의 음식 트렌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느낄 정도로 쯔유가 달다. 노포 리뷰에서 늘 하는 이야기지만, 수많은 세월을 버텨온 노포의 레서피를 현대의 미식 감성으로 재단하기는 아쉬운 일이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함흥냉면에 설탕을 넣어 비벼 먹고, 커피는 달달한 맛에 먹었었으니 그보다 더 오래된 노포의 메밀 쯔유의 맛이 달달한 것은 그렇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일이다. 또한 그 시절 식당의 감성답게 인심 역시 푸짐하다. 모밀도 2판 4덩이, 무와 김가루 등은 모자라지 않게 먹을 수 있도록 테이블마다 세팅되어 있다. 이 집의 음식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은 주전자에 나온 쯔유를 일체의 양념없이 우선 한두모금 음미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추가 팁은 메밀을 수확하는 10월, 가을에 방문하는 것이다. 냉동 냉장 제습 기술의 발달로 온도와 습도에 취약한 메밀의 보관이 과거에 비해 수월해졌다고는 하나 음식은 제철에 맛있기 마련이다.

광화문 미진

서울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