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 #서문가든 #강된장 * 한줄평 : 우연히 발견한 보물같은 식당 1. 풍기를 한자로 풀이하면 풍성할(풍) +터(기)로 조선시대 유학자, 천문가, 풍수가로 이름을 떨친 격암 남사고 선생께서 환란을 피할 수 있는 열 곳의 장소인 십승지 중 하나이다. 전쟁과 수해, 산사태 등 갖은 천재지변에서도 구명할 수 있을 정도로 안락하고 풍족한 땅이 바로 풍기이다. 2. 풍기하면 연상되는 것이 바로 인삼, 인견, 그리고 평양냉면이다. 인삼은 소백산이 품은 기후와 지기가 키워냈다지만 이북 평안도 특산품인 인견과 메밀냉면이 풍기에서 유명해지게 된 이유는 바로 이곳이 6.25 사변 당시 환란을 피해 이북 실향민들이 풍기에 자리잡으면서부터이다. 3. 짧게 머물다가는 여행객들에게 이 식당은 애매한 포지션이라 추정된다. 불고기는 풍기역 앞 40여년 노포인 <서부불고기>에, 평양식 메밀냉면은 생활의 달인에도 소개된 <서부냉면>에, 갈비살은 따로 리뷰한 <역전한우숯불식당>의 인지도만 못 하다. 4. 마침 겨울을 맞아 서부냉면이 인테리어 공사로 영업을 하지 않게 되어, 서부불고기는 영업시간이 맞지 않아 차선책으로 방문하게 되었는데, 이곳에서의 음식을 포함한 모든 경험이 매우 흡족하였다. 5. 이 식당의 업력은 20여년 정도로 노포 반열에 들진 않지만, 실향민 2세대가 직접 운영하여 이북음식 레서피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북음식 레서피에 솜씨좋은 사장님의 손맛, 소백산맥이 제대로 기른 야채 등의 요리 재료가 더해져 정말 감탄을 하며 먹었다. 6. 이북식으로 시래기를 넣고 끓인 콩비지와 소백산맥에 가로막혀 이북 레서피 원형을 거의 간직하고 있을거라 기대되는 메밀냉면을 주문하였다. 불과 1천원만 추가하여 강된장 정식을 주문하면 맛보기로 콩비지가 나온다길래 그리 주문했는데 세상에나 강된장이 진짜 물건이다. 7. 쌈채소에 밥을 얹고 강된장 한술 퍼서 입에 넣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갈아낸 고기와 발효된 콩, 매콤함을 담당하는 고추 등이 어우러져 국물없이 졸여낸 강된장인데 이미 위장은 포화상태인데도 계속 밥이 들어간다. 8. 시래기와 돼지등뼈가 들어간 콩비지 역시 일품이다. 소백산 넘어 경북에서 충북으로 넘어가면 콩을 발효시켜 비지를 끓이는데 여긴 서울처럼 비지를 그대로 끓여내되 좀더 고소하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사장님이 내어준 비법간장 한술 얹으면 서너배는 더 맛있어진다. 9. 메밀냉면은 소고기 육수에 동치미를 더했는지 시큼한 시원함이 일품이다. 나온 그대로 국물을 떠마시다 여기 방식대로 삶은 계란 노른자를 으깨어 먹어봤는데 신기한 것이 국물이 그리 심심하지 않음에도 배의 달큰함, 노른자의 진한 맛 등이 그대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10. 고수는 무심히 붓으로 쳐낸 획 하나에도 그 깊이를 알아본다던가. 내가 그정도 고수는 아니지만 다른 식당에선 보지 못한 방식으로 조려낸 감자조림, 이 한가지만 해도 이 식당의 방문 이유는 충분하다. • 추가잡설 풍기역 앞 오래된 노포 식당명에 <서부>라는 명칭이 여럿 겹친다. 서부냉면, 서부불고기 등이 그렇고 리뷰하는 서문가든 역시 서쪽(West)을 뜻하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애초에는 이북 실향민이 사셨던 북한 지명 어디메인가 했는데 알아보니 지금의 풍기역은 풍기성의 서문이 있던 곳이라 행정구역명이 <풍기읍 서부리>이다.
서문가든
경북 영주시 풍기읍 인삼로16번길 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