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 60여년 업력 화상 노포의 놀라운 가성비 1. 우스개 소리지만 중식당과 일식당 차이 중 하나가 중식당에선 직원들끼리 모국어인 중국말로 대화하다가 손님이 오면 정작 한국말을 한다는 것이요, 일식당에선 한국말로 잘 이야기하던 중 손님이 오면 새삼 “이럇사이마세!”라며 괜히 일본말을 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메뉴 주문이 주방에 들어갈 때 중국말로 들어가면 십중팔구 <화상>이라 보면 된다. 2.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자리한 이 식당의 업력은 백발 노신사인 주인장과의 인터뷰상으로는 아버지대부터 시작해서 50여년은 이미 훌쩍 넘은지 오래란다. 3. 그러고보니 상호명조차 번창을 기원하는 <개풍반점 ; 열(개)+풍성할(풍)>이다. 개업했을 1960년대 중후반은 아직 외식이 대중화되지 않았던데다 은평구가 행정구역상 경기도에서 서울로 편입된지 얼마되지 않았을 시기이니 동네와 식당의 번창이라는 주인장의 염원이 담겼음직하다. 4. 집에서 적지 않은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방문한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카테고리인 <노포 화상>이라는 점 외에 믿기지 않은 가성비의 <세트메뉴>때문이다. 2인 기분 <군만두 2알+칠리새우+탕수육+미니 짜장 or 짬뽕>의 가격이 불과 2만원이다. 5. 음식을 품평하는데 있어 재료의 신선함, 손질, 조리상태 외 서비스와 청결도 등도 주요 요소이지만, 가격 역시 품평의 주요 지표이다. 다른 중국집과 비교해 맛에서 굉장한 차별성은 느끼지 못 했지만, 모자란 음식은 분명 아니다. 6. 탕수육은 북경식으로 투명한 소스를 부어 플레이팅되었는데 적절한 튀김옷과 고기의 두께감, 바삭함은 주방장의 튀김 실력을 가늠케했다. 칠리새우 역시 탱탱한 중하가 3인분 3만원 기준 9마리 이상 들어간데다 으깨진 마늘과 다진 파로 향을 내어 기본기가 탄탄한 노포의 레서피가 돋보였다. #추가잡설 동네 배달 중국집 세트 메뉴도 탕수육과 짜장 2 구성이면 15천원을 훌쩍 넘기 마련이다. 고급 중화요리에 들어가는 칠리새우가 포함되었음에도 2인 기준 B세트가 2만원이라면 가성비라는 단어로는 뭔가 표현이 부족하다. 그러고보니 사장님께서 물병을 가져와 직접 컵에 따라주시며 이것 저것 여쭙는 나의 질문에도 이래저래 친절히 답해주신다. 내가 보기에 이 집 음식에 담겨진 정체성은 가성비가 아니라 찾아온 객에게 풍성히 음식을 대접하는 <인심>에 더 가깝다.
개풍반점
서울 은평구 통일로 753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