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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더 높은 곳을 향한 갈망이 만들어낸 고메 카츠 1. 마케팅의 관점에서 공급과 수요는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라는 질문처럼 섣불리 정의내리고 답할 수 없는 난제와 같다. 어떤 제품은 대중의 수요가 있으니 발명과 발견이라는 과정을 통해 공급이 이뤄졌을테고, 어떤 제품은 반대로 시장에 선공급된 제품의 호응이 좋다보니 수요가 유입되었을 수도 있고.. 2.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 식음료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프리미엄>이다. 끼니를 때우기 위한 필수재로써의 음식 소비를 넘어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졌고, 내가 보기에 이젠 사치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본다. 3. 사치의 영역이란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프리미엄 식자재, 정교해진 레서피,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찾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열망을 모두 아우른다. 오늘 방문한 동교로 카와카츠의 고메 카츠를 경험하며 문득 떠오른 단상이다. 4. 경양식 돈까스가 주류였던 국내 업계에 일본식 두툼한 돈카츠가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가 반도패션(현 LF mall)의 임원이었던 윤종근 회장이 1983년 <명동돈가스>를 개업하면서였고, 이를 넘어서는 고메 카츠가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은 2015년 대학로 <정돈>의 등장으로 봐도 큰 틀에선 무리가 없다. 5. 그런데 불과 5년여만에 <다양한 품종>의 돈육이 공급되고 여기에 <숙성기술>까지 더해지니 원재료가 가져갈 수 있는 사치는 극에 달했고 이 업장에선 기름에 튀긴 후 <오븐에 저온으로 구워내는 2차 조리> 레서피까지 더해지니 카와카츠는 미식가가 누릴 수 있는 식도락의 <사치> 영역에 분명히 도달했다. 6. 이러한 사치재는 대부분 남들보다 더 좋은 것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갈망>에서 비롯된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수요보다는 공급이 우선 발생되는 경향이 있다. 7. 돈카츠의 식감은 더할나위없이 부드러우며 만족스럽다. 숙성시간과 조리기술이 빚어낸 명품 카츠이니 앞으로 이 집을 넘어서는 돈카츠를 만나기란 요원해보인다. 다만 컨디먼츠가 좀더 과감하여 경험이 좀더 강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조금 남는다. #추가잡설1 식당을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주방 입구에 걸린 <노렌>이다. 일본 사무라이들이 출병할 때 거는 깃발을 <가몬>이라 하는데 자존심 강한 상인가문이 가몬처럼 내거는 깃발이 바로 <노렌>이다. 노렌의 좌측 벽면엔 츠지 조리학교와 르꼬르동 블루의 수료증이 걸려있다. 이쯤되면 상호인 <카와>가 궁금하여 주인장께 여쭤보니 본인의 일본식 이름이라 하신다. 본인의 이름을 걸고 만드는 음식에 어찌 정성이 안 들어갈 수 있을까! #추가잡설2 설렁탕 맛집 품평 지분의 5할은 바로 깍두기이다. 조리기구의 발달과 사육 환경, 도축 기술의 개선은 설렁탕의 상향 <평준화>의 밑거름이 되었다. 어느 식당을 가도 잡내 없는 뽀얀 진국을 만날 수 있으니 오히려 경쟁력은 주연인 설렁탕을 빛내줄 조연인 깍두기에 달려있다. 고수들의 설렁탕집 리뷰를 보면 깍두기의 무른 정도, 단맛, 경쾌함, 깍둑국물과 설렁탕의 조합에 상당부분 할애한 것을 볼 수 있다. 돈카츠 역시 상향 평준화되며 돈카츠는 당연히 맛있어야 하는 것이고, 밥의 찰기와 윤기, 컨디먼츠의 조합, 장국의 조리 수준이 “마치 설렁탕집 깍두기처럼” 맛집 품평 지분의 다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카와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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