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줄평 : 서울에서 즐기는 <군산식> 콩나물 해장국 1. 이건 우리가 전 세계에서 무조건 <일등>이라고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음주가무>이다. 요즘에야 시대가 변해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지만, 술을 마시면 노래가 빠질 수 없다며 소주병에 숟가락 꽂아 즉석 노래 대회를 진행한 것이 불과 십수년 전 회식 풍경이다. 2. 이제 한국의 병맥주는 아예 소주에 말아먹을 걸 염두에 두고 만드는지 그냥 먹으면 밍밍하기만 한 맥주가 소주잔 2개를 겹쳐 만들어낸 황금 비율 제조 비법을 거치면 위스키 부럽지 않은 명주로 재탄생한다. 3.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의 독특한 술문화는 한반도의 탕반 문화와 결합하여 <해장국>이라는 독보적인 음식 장르를 탄생시켰다. 4. 해장국 장르 중 가장 접하기 쉬운 음식이 바로 “구하기 쉽고, 끓이기 쉬운” 콩나물국이다. 전주에는 유명한 음식이 2가지 있으니 바로 비빔밥과 콩나물국이다. 외지인들은 전주 비빔밥을 쳐주고, 토박이들은 오히려 콩나물국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5. 조선왕조의 본향인 전주에서 콩나물국을 단순하게 조리할리는 만무할터! 육수도 오징어와 조개 등 해산물을 이용하고, 반찬 역시 김과 젓갈, 장조림 등 가짓수가 적지 않고, 수란을 별도로 만드는 노고를 아끼지 않는다. 6. 전주의 콩나물국밥이 양반가의 화려한 한상차림이라면 <군산식 콩나물 국밥>은 노동자의 소박한 밥상이다. 뚝배기에 밥을 넣고 멸치로 우려낸 국물을 <토렴>하고 그 위에 계란과 아삭한 콩나물을 얹는 식이다. 반찬 역시 깍두기와 고추, 새우젓 등 단촐하지만, 이 외 또 뭐가 필요있으랴라는 생각이 들만큼 완벽한 국밥이다. 7. 누가 조리해도 평균적인 맛을 내는 음식 중 하나가 콩나물국이다. 반대로 콩나물국은 기대치를 넘어서는 맛을 만들어내기 어려운 음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시중 상업 식당에서 콩나물국을 메인 메뉴로 내놓는 집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깔끔하고 깨끗한 콩나물국을 선호한다면 계란 노른자는 터뜨리지 말고 수저로 떠 “삼켜 먹어보길” 권한다. 식도를 따라 내려가는 눅진한 노른자의 고소함이 속을 든든하게 해준다. #추가잡설 군산에서 잠시 근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감탄하며 경험했던 식당 중 하나가 바로 초원사진관 근처 <일흥옥>이다. 이 식당도 지금은 간판 상호를 <일흥 콩나물국밥>으로 바꿨다지만 본래 상호는 일흥옥이라 알고 있다. 계산을 하며 여쭤봤더니 군산 일흥옥을 30여년전 어머니와 운영하셨었고 가게를 넘기고 서울로 올라오셨다고 한다. 군산 일흥옥은 1975년 개업한 콩나물국밥 단일메뉴 노포인데, 원천기술을 창업주에게 물려받은 자제분의 음식을 서울에서 맛보다니 감개 무량하다.
일흥 콩나물국밥
서울 성북구 고려대로5길 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