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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3년

#청량리 #안동집 #건진국시 * 한줄평 : 경동시장의 35년 터줏대감, 안동국시 • 제기동 경동시장에 안동국시 식당이 성업한 배경 • 서울 뿐 아니라 안동에도 몇 없는 건진국시 식당 • 콩가루 40% 함량, 멸치 육수로 만든 전통 레서피 1. <재래시장에서 만난 서울 노포 냉면>이라는 테마로 미식행을 다닌 적이 있는데, 발단이 된 계기가 “유명 냉면집들은 알게 모르게 대중의 입맛과 유행에 맞춰 레서피가 변했을테고, 오히려 시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상대로 한 노포는 마치 갈라파고스 군도처럼 그 옛날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2. 예로부터 안동에서 기차를 타고 청량리역을 통해 서울로 올라오는 사람이 많아 <서울 전역에서도 몇 안 되는 안동 전통국시 식당>을 차린 것이 35년 전이요, 고향이 안동인 어머님으로부터 물려받아 2대째 성업 중인 경동시장의 터줏대감이다. 3. 경동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만 운영하는지라 수년째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방문을 미뤄왔던 시간이 새삼 아쉬울만큼 음식도, 접객도 매우 훌륭한 식당이다. 4. 주문한 음식은 수육, 배추전, 손국시와 건진국시이다. 가성비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민망할만큼 음식의 퀄리티에 비해 가격은 과거 어느 시점에 멈춰져있다. 제대로 삶아내 잡내 없이 야들야들한 수육 한 접시가 겨우 1만원이고, 콩가루가 들어간 국수류와 각종 야채가 올라간 비빔밥 등의 식사가 6천원이다. 5. 주문을 하고 얼마 안 있어 김치와 쌈배추, 수육과 새우젓, 된장과 고추편 등을 내주시는데 이마저도 한상 가득이다. 안동국시를 시켰으니 조밥을 한덩이씩 주시는데 쌈배추에 조밥 약간과 된장을 넣어 입에 넣으면 입 안에 개운함과 든든함이 가득 퍼진다. 6. 경동시장에서 가장 좋은 최상급의 배추로 만든 전은 슴슴하면서도 배추 특유의 단맛이 느껴져 끝도 없이 들어간다. 경북 향토 음식을 다루는 식당에선 맛이나 보자며 늘 주문하는 메뉴가 <배추전>인데 내가 경험한 배추전 중에서는 가장 훌륭했다. 7. 안동의 국시는 다른 지역의 잔치국수와 다른 것이 <콩가루>가 들어간다. 식당마다 레서피는 다르겠지만, 어느 곳에서는 진한 사골 국물에 콩가루의 존재감을 과하게 드러내며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너진 경우도 봐왔는데, 시장 노포에서 만난 이 곳의 국시는 문헌으로 접하며 상상해왔던 <소박하면서도 단정한 유생이 떠오르는 그 맛>에 가장 가깝다. 8. 사장님께 안동 음식에 관해 그간 궁금해왔던 것을 여쭤보니 안동은 땅이 척박하여 밭농사를 많이 지었기에 “국시엔 조밥이 함께 나와야 하며, 고기는 물론 멸치조차 귀했기에 멸치로만 육수를 옅게 낸다”고 설명해주신다. 오히려 사골국물로 만든 시중의 안동국시가 변형이라는 설명에 헛제사밥을 떠올려보니 고기보다는 나물 간장 비빔밥이 주력인 밥상이라 그 옛날 어염집에서 고기 육수는 어불성설이라는 생각에 일순 고개가 끄덕여졌다. 9. 재래시장이라는 서민의 보잘 것 없는 공간에서, 수십년째 동일 메뉴로 장사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귀한 밥상을 받아보며 이 식당의 대표야말로 <명장>이라는 칭호를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동집

서울 동대문구 고산자로36길 3 경동시장 신관 지하 1층 지하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