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동 #인천집 #굴보쌈 * 한줄평 : 을지로 다동 50여년 업력의 노포 주막 1. 청계천 시발점인 다동과 무교동은 노포의 보고이다. 서울에서 이문설렁탕 다음으로 오래된 국밥집 노포로 1932년 장사를 시작한 용금옥, 1955년 개업하여 양무침과 육개장으로 이름난 부민옥, 1965년 문을 열어 동치미 평양냉면과 어복쟁반으로 소문난 남포면옥 등 한국관광공사 뒷골목에서 반백년 업력의 노포를 찾는 것은 여반장이다. 2. 그러나 이 거리를 꽤 다녔다는 근방의 직장인들에게도 미처 알려지지 않은 50여년 업력의 노포가 있으니 2층에 작게 자리한 <인천집>이다. 점심 시간에는 바지락 칼국수 맛집으로, 저녁 시간에는 보쌈과 굴전을 안주로 한 소주방으로 인기있지만 자리가 비좁고, 2층에 자리해서 그런지 의외로 존재감이 크진 않다. 3. 사람의 이름도 시대에 유행하는 글자 조합을 따르듯 식당의 상호 역시 시대별 트렌드가 별도로 존재한다. 근래 개업하는 식당은 음식의 Identity 혹은 업주의 염원을 담는 경향이 있고, 한자 사용이 일상화되었던 1960년대 전후 개업한 식당의 상호는 좋은 의미의 한자 조합과 집(옥)을 사용하여 통상 세글자로 이루어져있다. 4. 한국전쟁 이후 먹고 살기 위해 차린 생계형 밥집들은 집에서 먹는 음식 위주로 장사하여 메뉴가 대동소이하다보니 오히려 여주인장의 <출신지역>을 상호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혹시나 하여 사장님께 여쭤보니 역시나 인천에서 살다 서울로 올라와 장사를 시작했기에 상호를 <인천집>으로 지었다 하신다. 5. 분명 조개칼국수라는 시그니처 메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보쌈부터 낙지볶음과 계란말이까지 메뉴의 스펙트럼이 넓고, 음식이 상업식당의 맛이라기보다는 여염집 안주인이 만든 얌전하면서도 정성담긴 맛이라 <현대판 주막>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6. 주문 메뉴는 제육보쌈과 굴전, 오이소박이, 조개칼국수이다. 제육은 덩어리살을 뭉텅뭉텅 잘라 주셨는데, 잡내는 당연히 없고 비계의 쫄깃함과 고기의 부드러움이 굉장히 조화롭다. 고기 따로, 보쌈 김치 따로 접시에 담아주셨는데 겉절이로 무쳐낸 배추 김치를 걷어내면 무채와 잣으로 묻혀낸 김치속이 달큰하여 입 안으로 맛있게 넘어간다. 7. 굴전은 특이하게도 부침가루가 아닌 <녹두 반죽>으로 만들어주신다. 굴철은 아니지만 굴전을 이런 방식으로 조리한 집은 거의 없기에 주문했는데 역시나 미니 사이즈 굴 부침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든든하다. 8. 술자리의 마무리는 탄수화물일 때 비로소 완벽해진다. 조개 칼국수의 면은 의외로 얇고 매끈하고 국물은 개운하다. 여기에 삭힌 고추지를 풀면 얌전했던 국물은 마치 스타카토처럼 톡톡 튄다. 9. 한국 식당에서 김치를 돈주고 주문하는 경우는 김치가 메인 요리인 김치찌개를 제하곤 본 적이 없는데 이 집은 <오이 소박이>가 당당히 정식 메뉴로 등재되어 있다. 아삭한 맛에 먹는 것이 오이 소박이라지만, 이 집은 묵혀내어 신맛을 내는데 보쌈을 더욱 맛있게 하는 곁들임 반찬으로도, 술자리 마무리 음식인 칼국수의 단짝으로도 모두 훌륭한 콜라보를 이뤄낸다. 10. 음식과 분위기에 만족스러웠던 자리를 파하고 내려오는 계단에 “손잡이 잡고 천천히 내려가세요”라는 안내문구가 적혀있다. 계단 경사도가 급하기도 했지만, 난 그 문구에서 “우리 집 오이 소박이랑 보쌈해서 소주를 당연히 많이 마셨겠으니 조심해서 내려가라”라는 주인장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인천집
서울 중구 다동길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