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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찬

추천해요

3년

#회현동 #회현식당 #정식 * 한줄평 : 이치에, 고료리켄 김건 쉐프의 세번째 식당 1. 지명부터 ‘현명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의미가 담긴 회현동은 조선 중종 시절 영의정을 지낸 정광필 이후 12정승을 배출한 곳이다. 정광필의 꿈에 신선이 나타나 정승들만 사용한다는 물소뿔로 만든 허리띠인 서대 12개를 걸어놓으니 이후 정광필의 후손들 중에서 12명의 정승이 배출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2. 문과 예가 흘렀던 남산골 선비 마을은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일본인의 요정과 유곽이 들어섰고, 광복 이후 남겨진 수많은 적산가옥들은 남대문 시장에 볼일 보러 오는 이들의 여관으로 사용되며 더 이상 발전이 불가능한 동네로 전락해버라고 만다. 3. 그래도 이 곳의 지기가 현명한 이들을 끌어들이는 곳이라 그런지 누들로드, 요리인류로 알려진 이욱정 PD가 주도하는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요즘 한창 진행 중이다. 4. 과거 식당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유동인구의 수와 상권의 규모였는데, 최근 창업에 있어 입지는 ‘이미 부흥하여 임대료가 비싼 곳’보다는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기운이 넘실대는 곳’으로 지축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듯 하다. 5. 그런 점에서 압구정 로데오 한가운데서 이자카야의 전성 시대를 이끌었던 이치에의 김건 쉐프가 회현동 어느 좁은 막다른 골목에 지명을 담아 지극히 한국스러운 이름의 <회현식당>을 개업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닌게다. 6. 식당의 인테리어를 보면 음식의 캐릭터와 쉐프의 성격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데, 적갈색 페인트와 벽돌 마감으로 무게감을 주는 외관, 차분한 베이지색의 바닥, 한 톤 높은 우드 테이블과 의자 등은 이 집의 음식이 군더더기 없이 정갈하다라는 예상을 하게끔 한다. 7. 실제 받은 밥상 역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는데, 재미있는 구성이다. 이자카야 레스토랑의 쉐프답게 일식의 모든 조리법이 한 상에 축약되어 있다. 생선을 다양한 방식(구이와 조림, 사시미, 찜)으로 조리했고, 여기에 절임반찬과 밥, 국이 제공된다. 8. 사각쟁반에 오롯이 담긴 한 상이지만, 각기 다른 생선을 양념을 달리하여 각기 다른 조리법으로 만들어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정성이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별 요리 자체 완성도도 높았으나, 이 한 상 안에서 이루어진 궁합 역시 대단했다. 어느 음식 하나 튀거나 모나지 않고 고른 완성도를 갖추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일진대.. 9. 재미있는 것은 요리 방식은 일본의 것을 따랐으나 그릇은 한국의 백자를 연상시키는 흰색 식기를 사용한 것이다. 아마도 이는 김건 쉐프가 이치에, 고료리켄에 이은 세번째 식당을 한국식 이름인 <회현식당>으로 작명한 것과 맞닿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10. 지도앱을 사용하지 않고는 도저히 찾아올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자리잡고 있음에도 평일 점심 예약 역시 한달여 대기가 필요하다고 알고 있다. ‘어떤 식당’이 생겨났나보다 ‘어떤 쉐프’가 열었는지가 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회현식당

서울 중구 퇴계로2길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