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스시조의 리뷰로 1,000 포스팅을 완성시켜서 블랙 다는 데 쓰려고 했는데.... 불가능해졌으니 더 잊기 전에 쓰기로 했다.) 하이엔드 스시 오마카세 중 하나로 예전부터 꼭 한 번은 가고 싶다 생각했던 스시조.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이 정말 하나도 안 아깝다. 그런데 웬만하면 그 돈이 안 모인다 ㅎㅂㅎ 옆자리에 노부부가 앉아 계셨는데 나도 나중에 은퇴하고 나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왔어야 맞나 싶기도 하고. 벌써부터 이렇게 입맛만 높아져서 큰일이야~~ ( 그러나 좋은 것도 있다. 웬만한 것에 만족을 못하게 돼서 애매한 가격대의 애매한 맛일 거면 아예 안 먹고 싼 걸 먹고 만족하는 쪽으로 가기도 한다ㅋㄷㅋㄷ) 어쨌든~~ 시간 딱 맞춰 온 칭구와 반갑게 인사하고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사이 <마르지 않는 샘>으로 유명하다던 녹차가 등장. (한 모금 마셨는데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다시 채워진다고ㅇㅇ) 전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피문어인데, 왜인지 모르겠으나 당고 맛이 났다 ㅋㅋㅋ 가다랑어 내장 젓갈과 와사비를 풀어 소스를 만든 금태는 가장 좋았다. 지푸라기에 훈연했다고. 와우, 이거 뭐냐? 엄청 기름진데 금태야 뭐야 한우야 뭐야? 두 번째로 마음에 들었던 츠마미는 제주 은갈치와 어죽. 어죽은 갈치 육수를 내서 만든 것이었다고. 니기리 쪽에서는 잿방어가 기억에 남는다. 스시에 다진마늘을 마치 고추냉이처럼 찍어 주는 건 처음 먹어보는 지라 참 신기했다. 스시조의 아카미는 정말 특이하다. 과일같아. 그 후에 짭잘함이 찾아오긴 하지만 왜 과일같을까? 특이한 마구로 피스였던 두 겹의 참치. 츄토로랑 그 하윗살이라는 시모부리. 간장에 숙성시켜서 얇~게 두 겹 올려주심. 시원하고 부들부들 녹는다. 내가 꼽은 베스트 피스는 청어였다. 마늘하고 시소하고 청어 너무 잘 어울리쥬. 메모장에 "우와, 먹어 본 니신 중에 제일 맛있다, 대박이다"하고 입력하고 있는데 거짓말 안하고 동시에 일행이 "와, 먹어 본 청어 중에 제일 맛있다" 고 했음ㅋㅋㅋㅋㅋㅋ 스시조는 청어 맛집이네엽. 통통한데 아삭하고 안 비리고ㅇㅇ. 세컨드베스트는 고등어 봉초밥. 너ㅓㅓㅓ무 내 취향이다. 나? 고등어 사랑해서 격일 저녁마다 고등어 구워 먹는 사람. 그런 내 취향을 씨게 때려 버린 고등어. 미쳤다. 시소도 넣은 것 같고 우엉인가?? 우엉보다는 훨씬훨씬 부드러운, 단짠단짠한 게 씹혔는데 진짜 대ㅐㅐㅐㅐ박 맛있다. 고오급 호텔 로비 카페의 휴지통 같은 교꾸 생김새도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교꾸에 이거저거 넣어서 식사처럼 만드는 교꾸를 안 좋아하는데, 여긴 딱 계란으로만 만든 교꾸라서 참 좋았다. 역시 살살 녹는다. 스시로는 어느 하나 흠잡을 것이 없는 멋진 곳이지만 정말이지 심각한 단점이 있다.... 바로.... 말차. 음. 내가 마셔 본 말차 중에 제일 맛없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마스터 아니고 홀 직원분께서 만들어주시는 것 같았는데 말차가루가 전혀 녹아들지도 않았고 따로 놀고 밍밍했다. 원래 디저트 나올 시점에 쌉쌀하기 그지없는 말차가 나와서 내 속을 쑤욱 내려주길 바랐는데.... 호지챠 셔벗 다 먹어갈 즈음에 나온 타이밍도 늦어서 내가 간절히 찾아야 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직원 분이 곧 나온다며 기다려달라 하심ㅋㅋ큐ㅠㅠ). 나름 8년 살다온 사람으로서 말차에 좀 엄격한데 이건 엄격한 사람이 아니라도 정말이지 맛없게 먹을 말차다. 뭐, 이건 스시와는 별개니까. 스시조는 하이엔드 중에서도 유명할 만한 이유가 있다. 오마카세를 다녀 보면 뭐는 아주 맛있고 뭐는 좀 별로다가 섞이는 경우가 꽤 있는데, 스시조는 단 하나의 피스도 실망을 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몇몇 피스는 감동으로 맛있었다. 이 정도 돈을 주는데 당연히 그래야지 싶다가돜ㅋㅋㅋㅋ 살면서 한 번쯤은 먹어볼 만하다!
스시 조
서울 중구 소공로 106 웨스틴 조선호텔 20층
미오 @rumee
먹는데 취미가 생기면 정말이지 남은 생에 먹을 행복과 재미를 너무 일찍 채워버린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창 꽂혀 있다가도 속도를 줄여야지 하게 되는 😌 반갑습니다 말차까지 재미나게 읽었어요! 일본에 8년이나 계셨었군요 :)
당케쉔 @ponpaku
@rumee 친구들하고도 너무 입맛이 높아져버렸다고 한탄하곤 하는데, 먹태기가 와서 쉬고 있으면 또 혜성같이 기똥찬 식당이 등장하더라고요 ㅎ0ㅎ 세상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