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쁜지
4.0
6개월

간짜장의 조용한 온기 이 동네를 올 일은 좀처럼 없지만 다산신도시 쪽에서 일이 있어 다녀오는 길에 소문으로만 듣던 천호동 대성반점에 잠시 들렀습니다. 간판은 거의 보이지 않고 문에는 ‘대성원’, 창문에는 ‘대성반점’. 그 자체로 오래된 중국집의 정서를 품고 있죠. 식사시간에는 줄을 선다고 들었지만 11시 반쯤 도착하니 여유롭게 앉을 수 있었습니다. 주문은 클래식하게 간짜장 하나, 그리고 미니 탕수육 하나.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둘 합쳐 2만원이면 꽤 괜찮은 조합입니다. 탕수육은 ‘부먹’ 스타일. 소스가 흥건하게 나오고 튀김은 바삭보다는 부드러운 쪽입니다. 고기도 마찬가지로 부드러워서 입에 넣으면 고기가 스윽 잘라지는 그 느낌이 꽤 독특합니다. 튀김옷은 얇고 식감은 말랑한데, 소스도 과하게 단맛이나 신맛을 밀어붙이지 않아 자극은 덜하지만 먹다보면 은근히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처럼 단맛과 신맛이 강하게 튀는 탕수육보다 조금 더 조화롭고 편안한 맛. 이런 탕수육은 호불호가 좀 갈릴 수는 있겠지만 분명 이런 부드러운 식감과 순한 간이 어울리는 분들도 많을 거예요. 탕수육을 다 먹을 즈음 간짜장이 나옵니다. 계란 후라이는 없지만, 그 대신 더 클래식한 간짜장 비주얼. 펄펄 끓는 소스에 큼직한 양파, 주키니호박, 그리고 적당히 지방 붙은 돼지고기가 불맛 나게 볶여 있습니다. 이 집 간짜장은 특이하게도 소스가 살짝 묽은 편인데 양파나 호박이 잘 볶여 채수는 아닐 거고 면수를 살짝 넣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면에 착 감기는 질감이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감탄스러웠던 건 ‘면’입니다. 하얗고 아주 얇은 자가제면. 심지어 따뜻하게 나옵니다. 많은 중국집들이 소스는 뜨겁게 내주지만 면은 차가운 경우가 많은데, 여긴 면도 따뜻하고 수분감도 없어 비빌 때부터 이미 완성된 식감이 느껴집니다. 서너 번만 젓가락을 돌려도 간짜장 소스가 면에 착 달라붙고 쫄깃한 면발에 양파, 호박, 고기가 골고루 섞여 단짠의 정석 같은 조화가 펼쳐집니다. 짠맛이 먼저 오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그 짠맛을 단맛이 뒤따라 부드럽게 감싸며 전체적으로 미묘한 균형을 잘 잡고 있습니다. 소맥이나 연맥이 괜히 어울릴 것 같은 맛이죠. 이 집은 뭔가 큰 한방보다 전체적으로 ‘적당함’의 미학을 보여주는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좋았습니다. 다만, 팔순 가까워 보이시는 노부부 사장님이 조용히 주방과 홀을 지키고 계셨는데 과연 언제까지 이 집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더라고요. 이 동네를 자주 오지 않다 보니 또 언제 올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날까지 건강하게 계속 이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대성반점

서울 강동구 천중로15길 37 1층

Luscious.K

예쁜 리뷰입니다 ㅎ

쁜지

@marious 감사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