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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4.5
6개월

벼랑 끝에서 만나는 조화로움. 서울 번동, 수유에서 마을버스를 타고도 몇 정거장 더 들어가야 닿는 이곳. 가는 길에 딱히 기대할 만한 풍경은 없습니다. 90년대쯤 멈춘 듯한 빌딩들, 철거를 기다리는 낡은 건물, 고물상, 교회, 관공서. 마치 시간 속에서 낙오된 듯한 동네인데, 이상하게도 여기엔 묘한 명성이 숨어 있습니다. 벼랑순대국. 이 집을 한 번이라도 다녀온 이들이라면, 그냥 순대국이 아니라고 말할 겁니다. 평일 오후 2시쯤 도착했는데도 여전히 대기줄. 15분 정도 기다려 입장했는데, 다행히 벤치가 있어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작은 홀에 앉아 메뉴판을 보면 순대국도 가지각색입니다. 그 중 시그니처 메뉴인 ‘벼랑순대국’을 주문해 봅니다. 들깨가루, 다대기, 우거지, 내장이 들어간 얼큰한 스타일의 국물. 전골에 가까운 깊고 진한 맛이 느껴지는데, 약간 곱창전골과 순댓국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곱창은 잡내가 거의 없고, 부들부들하게 잘 삶겨 있습니다. 순대는 직접 만든 토종순대라고 하지만, 솔직히 아주 특별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적당히 잘 만든 맛. 순대트럭에서 먹는 맛 좋은 순대 정도랄까요. 하지만 이 집의 진가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마늘 소스와 부추무침. 국물 속에서 건져낸 고기나 순대를 산미 강한 마늘 소스에 찍어 먹는 순간, 기름진 맛이 정돈됩니다. 묵직한 국물에 부추무침을 투하하면, 그 산뜻한 맛이 밸런스를 꽉 잡아주고요. 밥을 말면 국물이 빨리 줄어들어 죽처럼 될 수 있으니 밥은 말지 말고 떠서 드시는 걸 강력 추천드립니다. 굳이 이런 외진 곳에 사람이 줄을 서는 이유, 그건 단순히 국물 때문이 아니라, 그 국물을 받쳐주는 여러 장치들 때문입니다. 부재료, 소스, 반찬, 그 모든 게 모여 ‘벼랑’이란 이름의 맛을 완성합니다.

벼랑 순대국

서울 강북구 한천로 924 1층

비교적온순

와. 상호부터 강렬한데요?

쁜지

어디 언덕에 있나 싶었는데 그냥 평지라서 살짝 실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