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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4.5
5개월

을지로, 혼술의 바람이 머무는 곳 바람 부는 날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제목의 유하 작가 소설이 있었죠. 그 시절엔 압구정이 바람과 감성의 방향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다릅니다. 바람이 차게 느껴지지 않는 날이면 을지로에 가야 합니다. 종로3가에서 을지로까지 이어지는 야장은 이제 서울의 계절 같은 풍경이 되었고, 길거리 테이블마다 웃음소리와 건배 소리가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런 곳은 어디까지나 여럿이서 어울릴 때 이야기고, 혼술족에게 야장은 여전히 진입 장벽 높은 공간입니다. 자리도, 분위기도, 눈치도 그리 쉽지 않죠. 그래서 찾게 된 곳이 바로 을지로 골목 한켠에 숨은 바, **‘마심’**입니다. 생선구이집 2층, 간판 하나 없는 자리. 하지만 그 안에는 조용하고도 따뜻한 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밝은 조도, 편안한 분위기, 친절한 사장님, 그리고 잘 설계된 칵테일이 혼술의 외로움을 부드럽게 눌러줍니다. 이 날은 탄핵 기념으로 특가 메뉴가 있었고, 옆자리 손님과 사장님, 그리고 저까지 셋이서 조용한 건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막잔으로 마신 백주 샤베트 칵테일은 파인애플 위에 프로즌 형태로 담겨 나오는 간단하면서도 인상적인 술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음식 반입도 가능해서, 아소토 베이커리에서 사온 메론빵이나 크림빵을 안주 삼아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을지로에서 조용히 혼술할 공간을 찾는다면, 마심은 꽤 괜찮은 선택입니다. 요란한 야장이 부담스러운 날, 이곳의 잔잔한 바람은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마심

서울 중구 마른내로2길 29-1 2층

석슐랭

저도 추억을 마신 곳!!

쁜지

@kims8292 사장님이 사근사근 하니 성격이 좋으셔서 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