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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3.5
5개월

삼각지에서 오래된 중국집 이야기 하면 빠지지 않는 두 곳이 있습니다. 명화원과 주사부. 이 근방 직장인들 점심시간 책임져온 쌍두마차 같은 집들이죠. 그중에서도 유독 시선을 끄는 건 탕수육 때깔이 예술인 주사부입니다. 이 집이 원래는 광주에서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지금 사장님 세대 이전에 올라온 듯합니다. 자료는 딱히 없고, 음식 스타일을 보면 남도식 중화요리 감성이 강하게 묻어나는 걸로 봐서 꽤 오래된 듯합니다. 입구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계단이 가파르고 너비도 좁아서 술 한잔 걸치고 나오면 발목 조심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내부는 소박한 분위기고, 직원 응대는 살갑진 않지만 뭐 그러려니 하고 먹는 분들이 많죠. 유튜버가 추천했다는 특밥을 시켜봤습니다. 향라육슬 스타일의 돼지고기 야채 볶음 덮밥인데, 소스가 강렬합니다. 단맛과 신맛이 동시에 확 올라오는데 그게 끝까지 갑니다. 후추도 많이 들어갔지만 맛을 잡아주는 느낌보다는 시큼단맛을 더 밀어주는 식입니다. 고기 식감은 다소 무른 편이라 호불호가 분명할 것 같고, 혼자 먹기보다는 여러 요리 중 하나로 곁들이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반면 탕수육은 정말 훌륭합니다. 부먹 스타일인데도 바삭함이 오래 가고, 크기도 한입에 먹기 딱 좋은 크기. 소스는 맑고 끈적한데 생강향과 대파향이 은은하게 따라와서 일반적인 케첩 베이스 탕수육과는 결이 다릅니다. 서울보다는 예전 광주 탕수육 맛에 가깝죠. 명화원이 좀 더 묽고 케첩맛 나는 소스에 쫀득한 튀김이라면, 주사부는 맑고 진득한 소스에 바삭한 튀김이 중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사부 쪽이 더 취향입니다. 다만 탕수육과 특밥을 같이 먹기엔 맛이 겹치니, 탕수육 드실 땐 다른 메뉴를 곁들이는 걸 추천드립니다.

주사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0 2층

맛집개척자

확실히 이 집 접객은 좀 아쉬운 부분이에요. 다만 탕수육은 훌륭합니다.^^

쁜지

@hjhrock 사모님이 뭐 그리 세상에 불만이 많으신지 반응이 찌뿌등 하시죠. 저거 음식 내줄 때에도 겉에 소스 잔뜩 묻어 왔는데 좀 닦아서 줄만도 한데… 싶더군요. 먹다 손이나 팔목에 묻을까봐 제가 좀 닦은게 저 정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