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지신과 일신우일신. 사실 서울에서 60년 70년 혹은 그 이상 된 식당들의 가치가 그리 높은가? 를 생각해 보면 좀 애매한 것들이 있습니다. 주로 1대 창업자가 돌아가시고. 1. 며느리가 물려 받았지만 이혼하고 둘로 나뉘어서 어디가 원조인지 모르는… 2. 형제들끼리 싸우다가, 다른 사람한테 가게 넘기고 노나 먹기. 3. 기업화 되어서 사장은 돈만 세고, 주방일은 직원들을 통해 돌아가서, 주방장이 바뀌면 맛도 바뀌는… 4. 사장님 후손이 없거나 자녀들이 식당에 전혀 관심 없어서 일하시던 분이 독립하면서 간판 가지고 가시거나. 등등등… 대를 이어서 몇십년간 주방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나마 맛이 제일 잘 보전 되는 경우는 식당을 팔았는데 수제자나 며느리를 꼬시거나 하는 경우가 제일 잘 보전 되죠. 기본적으로 사업수완이 있는 사람이라 주방일을 시스템적으로 정리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인수하는 경우가 꽤 있으니까요. 덕순루는 대를 이어서 둘째 아드님이 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주방일을 직접 하시는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보기엔 직접 웍 돌리시는것 같은데. 요즘처럼 후계자 없어서 중식당들 문 닫는 상황을 보면 덕순루는 참 귀한 식당이 아닌가 합니다. 쓸데없는 얘기를 길게 한것은 사실 이집은 60년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전대 사장님이 내주시던 음식과 현재 내주는 음식들의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는 점 입니다. 깐풍기 말고는 대부분의 요리들의 스타일이 다릅니다. 같은집 아닌것 같을 정도죠. 다만 그 방향이 잘못되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 나오는 음식들이 좀 더 예전것에 가깝지만 그래서 현재 서울 식당가 중에서 가장 힙한 남영동 숙대 인근에서도 힙합으론 밀리지 않는 노포 바이브로 성업하게 된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다는 것은 역시 볶음밥 입니다. 이전에는 밥과 계란을 따로 볶아서 내주고 이전에는 기름맛이 굉장히 강했던 반면 지금은 계란과 야채 밥을 동시에 볶아서 계란은 후레이크화 되어 있고 야채는 밥과 계란과 함께 비슷한 질감으로 볶아져 일체감이 확 다가 옵니다. 짜장 소스 역시 예전에는 “심심”에 가까웠다면 요즘은 “삼삼”에 가깝게 변했습니다. 특히 모양 자체가 예전 보다는 요즘 사람들이 선호할만한 인천 화상 스러운 비쥬얼로 변했죠. 혼자가서 깐풍기는 못먹고, 어딘가에서 숨겨진 만두 맛집이라고 해서 군만두도 시켜 봤습니다. 모양 자체는 평이한데, 만두피가 물렁하지 않고 살짝 단단함이 느껴집니다. 보통 이런 군만두는 또 육즙이 터지진 않는데, 한입 베어 무니 욱즙이 쑥 나오네여. 그리고 베어문 자리도 몰캉거리지 않고 모양이 잡힙니다. 그렇다고 만두피 바깥쪽이 딱딱하지도 않고. 마치 좋습니다. 오래된 식당의 미덕 중에 대를 이어 온고지신 하는 식당도 소중하지만 선대의 맛에서 진일보하여, 일신우일신 하는 식당도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덕순루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80길 11 1층
빵에 진심인 편 @awsw1128
덕순루 깐풍기 장난 아니죠..
쁜지 @punzi80
@awsw1128 깐풍기를 한번 먹어봐야 하는데 혼자 먹긴 좀 벅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