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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4.0
2개월

을지로 전통맛집 소머리국밥, 울룩불룩 양은쟁반의 묘미 종로에서 미팅이 길어져 3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식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 사이의 애매한 타이밍이어서 선택지가 제한적이었습니다. 브레이크 타임을 확인하던 중 을지로의 전통 맛집이 16시에 영업을 재개한다는 정보를 보고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정류장에서 내려 골목 안으로 들어서니 미로처럼 얽힌 길이 이어집니다. 잠시 헤맨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일반적으로 순대국으로 알려져 있으나 메뉴에 소머리국밥이 보이면 우선적으로 소머리를 선택하는 편입니다. 브레이크 타임 직후 첫 손님이어서 실내가 한산하고 공기가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오래 사용한 울퉁불퉁한 양은 쟁반 위로 소머리국밥과 김치, 깍두기, 열무김치가 차려집니다. 세 종류의 김치는 국산 재료로 직접 담갔다고 하며, 맛은 시원하고 깔끔합니다. 여름철 설익은 김치를 내는 곳이 종종 있으나 이 집의 김치는 익음새가 안정적입니다. 국물은 사골 베이스를 은근한 불로 오래 끓인 계열로 보입니다. 입안에 달라붙는 농후함보다는 사골의 풍미와 맑게 풀리는 마무리가 돋보입니다. 약재를 소량 사용한 듯 끝맛이 시원하게 정리됩니다. 그릇 속 고기 양은 부족함이 없습니다. 부위가 고르게 섞여 있어 식감이 단조롭지 않습니다. 일부 구간에서는 도가니탕을 연상시키기도 하나, 전반적으로는 고기의 밀도감이 인상적입니다. 밥은 고봉까지는 아니나 그릇 위로 봉긋하게 올라오며 갓 퍼낸 온기가 남아 있습니다. 국물에 밥을 적셔 한 숟갈, 김치를 곁들여 한 숟갈 하다 보니 속도가 붙습니다. 울퉁불퉁한 양은 쟁반 특성상 숟가락이 닿을 때마다 경쾌한 소리가 납니다. 다소 요란할 수 있는 소리이지만 오히려 정감이 느껴집니다. 그 정서가 좋아 일부러 쟁반을 치우지 않고 식사를 이어갔습니다. 국물은 소머리국밥 기준으로 보면 비교적 라이트한 편입니다. 반면 고기는 입안에 착 달라붙는 밀도가 확실합니다. 시원한 김치와의 조합은 손이 멈추지 않게 만드는 구성입니다. 을지로에는 노포가 많지만, 이 집은 오랜만에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다만 공간 자체의 노후함과 고령의 사장님 내외가 운영하시는 특성상 위생 측면에서 아쉬움이 일부 보입니다. 그럼에도 그릇을 비우고 나오며 든 든든함은 오래 남았습니다. 시간을 맞춰 방문한다면 늦은 점심 혹은 이른 저녁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한 끼가 될 것입니다.

전통맛집

서울 중구 창경궁로7길 10

찐카페투어

리뷰 읽다가 한 뚝배기 한 느낌입니다 이런 게 리뷰지요!!

쁜지

@aintnuttin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