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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4.5
2개월

하이스펙 쇼유의 설득력 상수역 버스 정류장 근처라 접근은 쉬운데 골목 결이 애매해 처음엔 살짝 헤맬 수 있었습니다. 한 블록 위로 이름 있는 식당들이 줄지어 있어 동선 짜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사장님은 라오타 출신으로 홍대권의 하쿠텐, 오레노, 마시타야에서 수행했고 청탕·백탕·농후계까지 두루 경험을 갖췄다고 들었습니다. 지향점은 현시대 도쿄라멘이며 매장의 시그니처는 쇼유 라멘입니다. 일명 하이스펙 간장라멘, 담려계로 분류되는 스타일입니다. 닭 육수를 바탕으로 한 맑은 국물에 블렌딩한 간장 소스가 얹히고 끝 맛에서 오렌지의 시트러스가 아주 작게 올라옵니다. 첫 모금은 간장의 존재감을 세우기보다 조화로운 인상이 먼저 들어오고 두세 모금 지나며 간장의 결이 선명해집니다. 염도는 라멘 초심자도 편히 즐길 만한 선이라 부담이 없었습니다. 국물의 질감은 가벼움 쪽으로 손을 들어주지만 닭의 골격은 분명해 빈약하다는 인상은 남지 않습니다. 차슈 구성에서 특히 버크셔 등심의 기름부 처리에 감탄했습니다. 기름층을 씹을 때의 질감이 산뜻하고 쫄깃해 불쾌함이 없었고 등심 특유의 건조함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닭 정육은 숯 향을 도드라지게 올려 화력이 선명하게 전달됩니다. 수비드한 돼지 목살은 단정한 완성도였지만 기억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면은 각이 살아 있는 단면으로 탱탄함이 좋고 한 올 한 올의 윤곽이 분명해 국물과의 맞물림이 깔끔했습니다. 각진 면에서 느껴지는 소바 계열의 고급감이 이 한 그릇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접객과 운영 디테일도 인상 깊었습니다. 자리엔 라멘 받침으로 쓰라고 큼직한 접시를 먼저 내어주어 배려가 느껴졌고 밝은색 옷차림을 보자 앞치마 사용을 먼저 권하는 응대가 반가웠습니다. 요즘 한 그릇 1만2천 원을 넘기는 시대인 만큼 이런 기본기가 만족도를 좌우한다고 봅니다. 방문일은 토요일이었고 11시 5분 현장 웨이팅으로 14번을 받았으며 입장은 13시 15분이었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11시 30분 캐치테이블 원격 웨이팅 오픈 전에 마감될 수도 있습니다. 점심 피크 전후로 마감되는 날이 있어 시간 계획을 촘촘히 잡으시면 좋겠습니다. 간장을 과시하기보다 밸런스로 설득하는 담려계 쇼유의 교과서 같은 구성입니다. 라멘에 익숙하지 않은 동행과도 무리 없이 추천하기 좋고 차슈와 면에서 취향을 확실히 잡아주는 지점이 있습니다.

라멘바 시코우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7길 33 1층 101호

Colin B

이제 막 오픈한 거 아니에요? 웨이팅이;;;

쁜지

@colinbeak 카라미 라고 라멘쪽에 꽤 영향력이 큰 유튜버가 오픈하자 마자 극찬을 해놔서 라오타 들이 몰리는 것도 있고 좌석 6석의 작은 가게라 더 그러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