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회 였다.” 오래된 한국식 일식집 신성이 내일모레 문을 닫는다고 하네요. 1973년에 문을 열었으니 53년간 영업하다가 재개발로 영업 종료 한다 하네요. 솔까 이 집은 10년 전쯤 가보고, 이해하기 힘든 아주머니의 험한 소리 때문에 그 뒤로 발길을 끊었습니다. 거친 홀 대응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고 싶은 맛집도 있지만, 신성이 또 그 정도는 아니었던지라. 그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오래된 한국형 일식집이 없어진다니 다시 방문해 봅니다. 회덮밥을 주문했습니다. 일반을 시킬까, 특을 시킬까 고민하다가 일반 회덮밥도 2만 원이고 특은 3만 원이라 그냥 일반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살짝 후회. 특은 양도 더 많지만 서더리탕이 나오고, 일반은 된장국이 나오는 걸 깜빡했네요. 그래도 이 된장국이 꽤 좋았습니다. 어지간한 초밥집들보다 낫네요. 다만 일회용 젓가락과 수저를 주는 건 약간 당황스럽습니다. 이 집이 묘하게 이런 엄한 포인트들이 있죠. 제가 밥을 다 먹을 때쯤 수저랑 젓가락 세척이 끝났는지, 그때서야 한 소쿠리 내놓더군요. 회덮밥이 2만 원이면 비싼가 했는데 양은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맛이 마일드하게 잡혀 있어서 반찬들의 간은 약간 센 편이고, 초장은 좀 넉넉히 뿌려줘야 합니다. 회 양은 정말 많습니다. “모든 순간이 회였다”라고 할 만큼 마지막 숟가락 뜰 때까지 큰 회가 그득그득 들었습니다. 깍둑썰기한 회가 아니라 일반 회보다 더 두툼하고 길다란 선어들이 듬뿍 들어 있습니다. 50년 넘는 역사를 마감하는 집 음식이 맛이 어쩌네 하기 좀 거시기하지만, 밥과 야채는 확실히 좋았습니다. 살짝 숨은 죽었지만 고슬한 밥, 잘 채 썰어진 야채는 다른 집들보다 한수 위입니다. 다만 회가 맛있다고는 못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너무 두터운 회를 선호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만. 다행히 오늘은 홀 아주머니들이 친절히 접객해 주시네요. 50년 역사를 마감하는 곳이니 남은 이틀 간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여기서는 회나 초밥보다는 구이나 탕 요리를 추천드립니다. 일반 한식 탕 요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민어탕이 지금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먹었던 이 집 민어탕은 꽤 기억에 남네요.
신성
서울 종로구 무교로 42 1층
김준민 @znmean
이만원에 서더리탕만 두 그릇 줬으면 좋겠습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