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쁜지
4.0
1일

주말인데 오늘따라 외근들이 많아서 주간 회의 했다 치고 살짝 일찍 퇴근. 동순각을 갈까 곽면을 갈까 고민한다. 결국 따릉이 타고 동순각으로~ 이 집에 오면 짜장은 거의 유슬짜장만 먹다 보니 정작 간짜장을 못 먹어봤습니다. 게다가 삼선간짜장이라 가격도 좀 있고, 사실 간짜장에 해물을 넣으면 물기가 생기다 보니 유명한 중국집에 가서도 삼선간짜장은 피하는 편입니다. 동순각은 한창 바쁠 때 간짜장을 미리 볶아놓았다가 살짝 데워서 준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더 손이 안 갔는데, 이번에는 한가한 시간에 갔더니 주문하자마자 주방에서 바로 부아아앙~ 소리가 납니다. 이러면 일단 기대치가 올라가죠. 요즘 간짜장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양파를 크게 썰어서 원형이 뭉그러지지 않을 정도로 볶아낸 스타일이 정통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중화요리에 특정한 방식 하나를 놓고 무조건 ‘정통’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칠순, 팔순에도 웍을 잡고 계시는 노사부님들 중국집을 다녀봐도 스타일이 다 제각각입니다. 양파를 큼직하게 썰어 아린맛만 빠질 정도로 볶는 집도 있고, 유니짜장처럼 재료를 잘게 토막 내고 채소의 물기까지 거의 날려서 아주 뻑뻑하게 내는 집도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채수를 내고 전분물도 살짝 넣어 면과 잘 섞이도록 만드는 집도 있고요. 50년 넘게 장사한 사부님들도 다 자기 스타일이 있습니다. 걍 집마다 다른 건데, 요새는 묘하게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지도 않은 분들이 “자고로 무슨 음식은 이래야 한다”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짜장면도 그렇고 탕수육도 그렇고 특정 스타일 하나를 정통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분들이 계시지만, 애초에 한국의 ‘중화요리’라는 것이 중국요리를 한국에 맞게 로컬라이징해 온 음식입니다. 딱 잘라 정통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기본을 지키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더 크겠죠. 그리고 경상도 분들이라면 무조건 100점을 주실 무적 아이템 하나. 짜장면 위에 계란후라이가 올라갑니다. 배달도 하는 오래된 중국집이다 보니 면에는 식소다가 살짝 들어간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데 또 이 식소다가 적당히 들어간 옛날 중국집 면발만의 맛이라는 게 있기는 합니다. 보통 간짜장은 소스를 조금씩 넣어가며 간을 맞추라고 하는데 저는 귀찮아서 걍 한방에 다 때려 넣습니다. 효창공원 신성각 정도가 아니라면 간짜장 소스를 주는 대로 전부 넣었다고 짜서 못 먹겠다 싶은 집은 아직 별로 못 봤습니다. ㅎㅎ 동순각 삼선간짜장은 전분물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 스타일은 아닌데 채수가 꽤 있어서 면과 잘 스까지는 편입니다. 그리고 맛있네요. 유슬짜장도 좋아하지만 간짜장도 충분히 좋습니다. 그리 짜지 않고, 달지 않고, 너무 뻑뻑하지도 너무 묽지도 않은 맛.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중용을 잘 지킨 맛’이라기보다는, 먹는 순간 머릿속에 “어릴 적 동네 중화요리집 간짜장이 이런 맛이었지?” 하는 기억이 바로 떠오릅니다. 뭔가 특별한 재료를 썼다거나 화려한 기술을 보여주는 맛이라기보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간짜장의 기준점 같은 맛에 가깝습니다. 삼선간짜장답게 해물도 제법 들어가 있습니다. 다만 밑처리를 잘해둬서인지 해물 맛이 짜장 자체에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저는 짜장과 해물이 썩 잘 붙는 조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라, 오히려 해물이 과하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요로쿠럼 스윽 끼어 있는 게 더 좋았습니다. 동순각에 가면 짜장은 늘 유슬짜장을 먹었는데 이제 간짜장이라는 선택지가 하나 더 생겼네요.

동순각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45길 14-5 1층

맛집개척자

사실 한국식 중화요리의 정통이 어딨겠습니까..ㅎㅎ 다들 자기 어릴때 맛있게 먹던게 정통이라 믿는거겠죠.^^ 맛있으면 장땡!!

쁜지

@hjhrock 요새 보면 유튜브에서 특정 정보만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다양하게 접하지 않고 무엇은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말이 되려 예전보다 많으 진것 같습니다. ㅎㅎ 여경래 사부만 해도 전분물 넣는다고 하시는뎁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