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퍼에서 젤라또를 먹고 길을 건너 김용안과자점으로 갑니다. 서울에서 정성스럽게 직접 만든 생과자, 그러니까 센베이를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오래된 가게입니다. 김용안과자점은 1967년부터 이어져 온 곳으로 알려져 있고, 서울의 오래된 가게를 선정하는 ‘오래가게’에도 이름을 올린 곳입니다. 부평에는 센베이로 유명한 김용기명과가 있는데 이름을 보면 짐작하시겠지만 두 분이 형제분입니다. 예전에는 이 집의 가장 큰 난점이 문 여는 시간이었습니다. 분명 찾아갔는데 문이 닫혀 있던 적도 있고 영업시간만 믿고 가기가 살짝 애매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은 그래도 예전보다는 정해진 시간에 열려 있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현재 기준 한 근은 400g. 파래, 땅콩, 들깨, 통강정, 생강, 네모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역시 가장 상징적인 과자를 하나 고르라면 네모가 아닐까 합니다. ㅎㅎ 이날은 15,000원어치 정도 적당히 섞어서 부탁드렸습니다.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참지 못하고 파래부터 하나 빼서 먹어봅니다. 확실히 이 집 과자는 식감에서 차이가 납니다. 입안에 넣으면 ‘퍼서석’ 하고 가볍게 부서집니다. 그냥 딱딱하고 바삭한 센베이가 아니라 얇은 조직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그러면서 파래 향과 간장의 감칠맛, 다른 센베이보다 조금 농축된 단맛이 입안을 채웁니다. 무엇보다 먹고 난 뒤 입천장이나 이에 질척하게 들러붙지 않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 들깨도 고소한 향이 분명하면서 과자가 지나치게 기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생강. 보통 센베이 한 박스를 사면 희한하게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이 생강 과자인데 이 집 생강은 묘하게 맛있습니다. 다른 과자처럼 파삭하게 끝나지 않고 살짝 물기를 머금은 것처럼 조금 질긴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부분 때문에 생강 향이 오래 남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것만 조금 질기지? 싶다가 계속 씹고 있으면 생강의 매콤하고 달큰한 향이 길게 이어집니다. 네모는 가장 기본적인 맛입니다. 작고하신 사장님의 성함이 찍혀 있으니 사실상 이 집의 상징 같은 과자이기도 합니다. 별다른 첨가물이 들어간 맛이 아닌데 얇은 과자 속의 단맛이 꽤 농축돼 있습니다. 단순하게 생겼는데 다른 종류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구워냈다는 인상이 있습니다. 오란다도 좋습니다. 오란다 하면 이에 찐득하게 들러붙는 것부터 생각나는데 여기 것은 지나치게 달거나 끈적거리지 않아 부담 없이 먹힙니다. 김용안과자점을 나서면서 문득 삼각지라는 동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요 몇 년 동안 서울에는 무슨 단길, 무슨 수길 하는 거리가 정말 많이 생겼습니다. 이런 상권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가라앉는 데에는 높은 임대료와 젠트리피케이션도 큰 이유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동네를 오래 붙잡아 둘 만한 업력을 가진 가게가 많지 않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새로운 거리가 뜨기 시작하면 감각 좋은 외식업자들이 유행하는 아이템을 빠르게 집어넣고 여러 업장을 열면서 상권의 크기를 키웁니다. 그런데 정작 처음 그 거리를 대표하던 가게들이 힘을 잃으면 거리 전체도 함께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용리단길도 처음 생겼을 때만 보면 솔직히 얼마나 오래 갈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 버팁니다. 아마 새로 생긴 예쁜 가게들만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삼각지에는 김용안과자점이 있고, 오래된 대구탕집들이 있고, 평양집 같은 곱창집이 있고, 명화원 같은 중식 노포도 있습니다. 새 가게들이 계속 바뀌어도 동네 한쪽에서 수십 년 동안 같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버티고 있으니 적어도 이곳에는 뿌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삼각지로 유입되면서 오래된 가게들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예전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불친절이나 위생 문제도 많이 줄어드는 분위기입니다. 새로운 상권이 오래된 가게를 몰아내는 방향이 아니라, 이렇게 서로 영향을 주면서 같이 살아남는 쪽이라면 그것도 꽤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젤라또 한 컵 먹고 길 건너 60년 가까이 된 센베이 한 봉지를 사는 동네. 그게 지금 삼각지가 오래 버티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용안 과자점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55 1층
망고무화과 @yurasianne
오오오 이곳이 아직도 영업중이군요? 😀
쁜지 @punzis
@yurasianne 저는 항상 문 닫힌것만 봐서 장사 안하는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