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에서 열기
쁜지
3.5
20시간

을지로에서 차 한잔할 곳을 찾아보다 호텔 수선화에 가 봅니다. 그런데 위치를 도통 못 찾겠네요. 뭐지 뭐지? 하면서 주변을 한 바퀴 돌다가 어플을 켜 봤는데, 여기가 맞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간판이 안 보이네요. 아, 여기가 을지로지... -.-;; 을지로에는 유독 이런 식으로 숨어 있는 카페들이 많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더니 벽에 카페 호텔 수선화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헐... 2층도 3층도 아니고 4층입니다. 엘리베이터 따위는 없습니다. 한 층 한 층 올라가 봅니다. 중간중간 사진들이 붙어 있어 그래도 여기가 카페로 올라가는 계단이구나 싶기는 하네요. 호텔 수선화는 작고 낡은 호텔을 콘셉트로 꾸민 공간입니다. 입구 바로 앞에는 옛날 호텔 로비의 대기석 같은 공간이 있고, 어디 망한 목욕탕에서 가져온 것 같은 물건들도 보입니다. 칫솔 하나, 수건 하나 주세요. 하는 말이 나올 법한 프런트 카운터에서 커피를 주문합니다. 공간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가구와 집기들을 큼직큼직하게 배치해서 여유가 있고, 구석구석 오래된 사무실이나 다방에서 가져온 듯한 물건들이 놓여 있습니다. 을지로 카페 특유의 망한 사무실과 망한 다방에서 집기를 하나씩 주워 모아 꾸민 듯한 갬성입니다. ㅎㅎ 이런 유리판 책상도 오랜만에 보네요. 예전에 저런 책상에서 마우스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낮에는 카페로 운영하고 해가 지면 바 영업도 하는데, 바 자리 쪽이 특히 인기가 많더군요. 제가 방문했을 때도 가장 탐나는 자리가 바로 그쪽이었습니다. 저는 혼자 편하게 있을 만한 구석진 자리를 찾아봅니다. 에어컨 바로 앞에 제지소를 바라볼 수 있는 자리를 골랐습니다. 구석구석 이런 자리들이 참 운치가 있습니다. 다만 의자가 문제네요. 접이식 의자인데 정말 어디 망한 인력사무실에서 주워 온 것 같습니다. 근수 많이 나가는 저 같은 사람이 앉아 있으려니 상당히 불안하긴 합니다. ㅎㅎ 커피는 이런 스타일의 카페치고는 나쁘지 않습니다. 뭔가 묘하게 옛날 블렌드 커피에서 느껴지던 향기가 조금 있습니다. 을지로에 편하게 앉아서 쉬어 갈 만한 카페가 생각보다 별로 없는데, 이런 공간을 찾았다는 게 반갑네요. 오래된 물건들 사이에서 혼자 느긋하게 시간 보내기 좋은 곳입니다. 을지로에 오면 자주 들르게 될 것 같습니다.

호텔 수선화

서울 중구 충무로7길 17 4층

가시미로

한때 자주 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