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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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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한라산 아래 첫 마을>. 독특한 이름이다. 다만 나는 자꾸 '하늘 아래'로 기억해서 네이버 지도에 잘못 입력해놓고 왜 안 나오지?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정확하게 기억한다. 실제로 이 곳이 고도가 높아서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라 이름이 저렇게 지어졌다고 한다. 그 당시에 그랬다는 것일테고 지금도 첫 마을인지는 잘 모르겠다. 제주 여행을 계획했을 때부터 아내가 이 곳은 꼭 가야 한다고 했던 곳이다. 그래서 일정표에도 최우선으로 넣어두었고, 호텔 식사를 제외한 제주에서의 첫 식사로 이 곳을 정했다. 찾아보다 보니 허영만 화백도 다녀가셨던 곳이고 워낙 많이 알려져 웨이팅이 엄청나다 하여 아예 오픈 전에 일찍 가서 대기하기로 하고 여행 둘째날 아침 일찍 숙소를 체크아웃 하고 이 곳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30분 거리에 있는데 가는 길이 한적하니 드라이브 코스로 참 좋았다. 네비에서 목적지를 어떻게 찍었냐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한데 건물 바로 앞에 정식 주차공간이 있긴 하지만 거기에는 자리가 몇 자리 없다. 건물 가기 바로 직전에 '제주 메밀' 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있는 공터가 있는데 이쪽에 대는 편이 훨씬 수월하다. 차를 주차하고 캐치 테이블 예약 대기를 걸어놓고 나면 딱히 할 일이 없다. 주변에 사진을 찍을만한 스팟이 많으니 열심히 사진을 찍자. 가게 앞에 아예 포토 스팟으로 커다란 나무 간판도 세워놓았고, 가게 뒷편에도 액자처럼 포토스팟이 꾸며져 있다. 특히 가게 전면에는 수국과 갈대와 도로 건너편 나무가 어우러져 사진이 진짜 멋지게 나온다. 오는 사람마다 이 곳에서 사진을 찍지 않는 이가 없었다. 곳곳에 수국이 아직 지지 않고 피어있어 더 예쁘게 사진이 나와 기분이 좋았다. 입장은 10시 반 부터. 순번대로 카톡이 오면 입장하면 된다. 자리는 아주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오픈 첫 타임이니 더더욱 깔끔했다. 메뉴판이 꽂혀있는 스탠드가 돌로 만들어져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웨이팅이 많은 곳이라 먹는 중간에 추가 주문은 안된다고 한다. 메뉴판에도 큼지막하게 적혀있으니 주의. 먹을 메뉴를 정해서 한 번에 주문하자. 우리는 미리 정해놓은 비비작작면과 한우곰탕, 그리고 메밀전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메밀전과 밑반찬이 동시에 나왔다. 밑반찬은 백김치와 깍두기, 무말랭이. 개인적으로 깍두기는 입에 좀 안 맞았고 백김치가 정말 맛있었다. 간장에 절인 무말랭이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메밀전. 큼지막하고 두툼하게 부쳐졌는데 마치 화강암처럼 구멍이 뻥뻥 뚫려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담백하고 투박하게 찢어지는 결에서 벌써 맛있는 기운이 느껴졌는데 아니나다를까 예상대로 아주 훌륭한 맛. 뭐가 많이 든 게 아닌데 메밀 본연의 풍미가 살아있어서 그런지 젓가락을 쉬지 않고 움직일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게눈 감추듯 전을 먹는 중에 비비작작 면과 한우 곰탕이 나왔다. 먼저 비비작작면. 일단 비주얼이 미쳤다. 한라산을 형상화한 걸까? 넓적한 놋그릇에 볼륨감 있게 곱게 말린 면이 가운데 자리잡고 그 주위를 둘러가며 무순, 새순, 버섯 나물과 파, 들깨, 참깨, 김가루 등이 정말 예쁘게 담겨있었다. 인스타 잘 안 하는 나조차도 인스타 감성이 샘솟게 만드는 정말 고운 플레이팅. 물론 비비고 나면 이 비주얼이 유지되지는 않지만 뭐 어떤가. 맛은 고기리에서 먹었던 막국수와 유사하지만 좀 더 다채롭다. 특히 통으로 들어간 들깨가 톡톡 씹히면서 메밀면의 식감에 재미를 주었다. 통들깨와 곱게 간 참깨를 함께 쓰는 것도 풍미를 살려주는 포인트. 여기에 김가루까지 섞이니 침이 고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이 나오는 다시마 간장, 이게 일품이다. 간장 없이도 간이 부족하지는 않고, 간장을 뿌리면 어쩔 수 없이 짠 맛이 다소 강해지지만 다시마의 풍미가 더해지면서 맛을 정말 한라산 꼭대기까지 끌어올린다. 처음에는 그냥 먹다가 중후반에는 꼭 다시마 간장을 조금 뿌려서 먹어보길 강력히 권한다. 이 맛을 경험하고 가야 한다. 그리고 기대하지 않았던,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한우 곰탕이었다. 비주얼이 여느 곰탕과 조금 다르다. 맑은 국물에 노란 계란 지단과 크게 썰어넣은 파가 가득하고 젓기 전까지는 고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 곰탕 국물이 정말 맛있었다. 서울에서 먹었던 유명한 곰탕집의 국물과 비해도 손색이 없는,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난 맛의 경지가 느껴졌다. 처음에는 고기가 보이지 않지만 숟가락을 넣어보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잘 익은 고기가 꽤 많이 들어있다. 양도 푸짐하고 정말 맛있다.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아내는 처음에 비비작작 면을 먹다가 나중에는 이 곰탕을 가져가서 완뚝을 해버렸다. 분명 이 곳의 시그니쳐는 비비작작 면이겠지만, 그리고 제주까지 와서 무슨 곰탕을 먹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보고 가시는 분은 꼭 이 곰탕을 함께 주문해서 먹었으면 좋겠다. 만약 다음에 다시 가서 딱 하나의 메뉴만 먹어야 한다고 하면 나는 이 곰탕을 먹을 것이다. 보통 웨이팅이 길고 유명하다는 얘기를 많이 접하고 나서 방문을 하면 기대치가 올라가서 실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은 정말 명불허전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도 맛있지만 일하시는 분들의 응대가 친절해서 음식을 먹는 내내 기분이 참 좋았다. 다음에 제주에 간다면 또 찾고 싶은 곳이다. 표선 해비치 쪽에 분점이 있던데 이 곳도 같은 맛일지도 궁금하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한라산 아래 첫마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675 1층

미오

와 제주 여행기 너무 생생하게 잘 읽었습니다! 궁금하던 곳인데, 여정을 따라가는 느낌이네요

작은우체국

@rumee 감사합니다 ㅠㅠ 다녀온 곳이 몇 군데 더 있는데 아직 못 적고 있는데요.. 덕분에 오늘 퇴근하면 힘내서 적어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