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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추천해요

2년

저는 식당을 방문하면 음식 맛도 맛이지만, 메뉴 구성과 가격, 그리고 입지 안에서의 용도의 밸런스를 가장 흥미롭게 보는 편입니다. 이 조합과 방향을 머리에 띄우고 가게에 앉아 손님층과 가게 분위기를 둘러보면 그 구현이 얼마나 성공하고 있느냐를 알 수 있거든요. (음식이 맛있어도 이 부조화가 너무 심할 경우, 경험상 오래 못가더라고요. 그게 안 보이는 경우도 마찬가지) 가게 방문 전 이 곳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는데 자주 다니는 동선이라, 요즘 강남역에 자꾸 들어서는 신생 버거 브랜드나 최근 트렌드 중 하나인 치킨 버거를 메인으로 소규모 외식업체에서 낸 브랜드 정도로 상상하고 혼밥이나 할 겸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강남역 접근성 좋은 자리이나 언덕인 학원가길 중간에 자리한 매장은 그릴 치킨 자체를 메인으로 그릴 치킨 샐러드, 라이스볼, 파스타를 다 내 걸고 있더라고요. 패스트푸드인데 구운 닭고기로 만들어 비교적 저칼로리에 건강할 것 같은 그 느낌. 아보카도 치킨 버거 (6,000원)를 생각하고 갔다가 기본 치킨 버거 (4,800원)를 세트(7,800원)로 주문. 매장 크기가 작지 않고, 분위기도 나쁘지 않고,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시스템에 아마 배달도 상당할 듯한 곳. 일단 앞뒤 옆으로 메가스터디니 영어학원이니 혼밥이 많은 지역이고, 이 언덕길이 오토바이가 많이 다닙니다. 복작거리는 밑보다 라이더 분들에게 낫죠. 바로 앞 건물에서 자리 잡아 유명해진 브랜드가 떠오릅니다. 빈브라더스! 강남역에서 이 가격에 이런 훌륭한 커피와 공부하기 좋은 공간이라니 싶던 곳이죠 (심지어 리필도 되었던) 그게 보이자 그때부터 음식을 기다리며, 이 가게를 기획한 사람은 보통 분은 아닐 것 같더라고요. 역시 근방에 있던 ‘무차조 서울’ (CNP의 초기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의 대중성 같은게 떠오르는데 그렇게 힙한 느낌은 또 아니에요. 묘하게 정석적이고 올드하달까 매장 분위기는 실용성에 최적화되어 있달까. (배달 주문 완료 음성이 매장 스피커로 나오는 그런 상황…) 음식이 나왔습니다. 한입 베어무니 기대보다 훨씬 좋네요. 이 음식을 설계한 사람의 의도가 있어요. 간이 쎄지 않지만 고기는 좋고, 롯데리아 불고기 버거, 빅맥 같은 클래식함이 있는 맛. 깔끔한 맛인데 잘 구워 포만감이 좋습니다. 밸런스가 괜찮아요. 가격 생각하면 훌륭하고요. 시킨 제로콜라는 캔으로 나오는데, 감자튀김 이게 또 기가 막히네요. 양도 넉넉한데 살짝 케이준 스타일에 기본 시저 소스가 나와요. 버거 맛이 깔끔한 편이라 되려 지방맛을 여기서 느끼며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옆 테이블을 보니 버거가 아닌 메뉴를 먹는 팀들도, 남자들끼리 온 테이블들도 보이더군요. 배달이 쉴 새 없습니다. 다음엔 치킨 샐러드나 치킨 라이스볼을 먹으러 올 것 같아요. 여기라면 라이스볼도 쿠차라보다 한국인들 입맛에 더 맞게 만들었을 것 같다는 기대가 드네요. 이제 추리를 마칠 시간입니다. 그냥 먹으며 검색해봤어요. 도미노 피자에 13년 재직하며 도미노를 프리미엄화 시키고 업계 1위로 올려놓은 전 도미노/피자헛 대표를 역임한 분이 직접 차린 브랜드로, 이 분의 이전 경력은 본죽 대표와 한솥의 총괄. 배달, 매장 혼밥, 적당한 가격대, 프랜차이즈 가능해 보이는 세팅… 이게 다 어디서 왔는지 말해주는 경력입니다. 무엇보다 올해 나이는 60. 2012년부터 요리 같은 치킨의 가능성을 믿고 홍대에서 매장을 런칭했었다는군요. 기대 되는 브랜드입니다. 샐러디가 생각났어요. 제게 샐러디를 알려준 대학생 친구는 5년 전 샐러디가 너무 좋아 다짜고짜 회사에 메일을 보내 인턴이나 알바로 써달라고 했었다고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했었습니다. 저도 이제 가장 즐겨 먹는 브랜드 중 하나고요. 재방문 의사가 있단 이야기를 이렇게 길게 해버렸군요. 꼭 가서 드세요!! 엄청 맛있습니다 이런 뜻은 아닌, 맛도 적당하고 적당히 특별해 여러가지 요소를 잘 고려했구나 하며 약간의 리스펙을 느꼈다는 그런 이야기 입니다… 뭔가를 만들고 알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 먹을 때도 이런게 보여 버리나봐요 😉 #강남역 #혼밥 장소로 추천합니다 “외식업에서 일하는 분들은 다 자기만의 브랜드를 꿈꿀 거에요. 20년 넘게 외식업에 종사한 전문경영인이지만 월급쟁이인데, 제가 그간 했던 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한국 외식업은 비슷비슷한게 정말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원래는 메뉴에 프라이드 치킨 버거도 있었는데, 메뉴 개발 단계에서 시식을 하면 소비자 분들이 다른 치킨버거와 비교를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해서는 다르다는 느낌을 줄 수 없겠다, 과감히 뺐습니다.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그런 ‘다름’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거 같아요.” https://youtu.be/6REvxCaKqkw

칙 바이 칙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94길 15 1층

고독한국밥가

글을 읽으니 신기하네요 굳이 안먹어봐도 무슨 맛인지 알것같네요

무화과

글이 정말 재미있어요!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