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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x같다 만 번 말하면 전역한다고. 당시 나는 듣고 피식했는데 신기하게도 딱 만 번 채워갈 때 즈음 제대를 했다. 제대하던 날, 아니 그 전날 밤. 이상하리만큼 잠이 안왔다. 긴 말년휴가를 다녀와서 딱 하루만 더 자면 이제 다시는 볼일 없어지는건데. 지긋지긋하다고, 이런 말도 안되는 곳은 군대밖에 없을꺼라고, 나가면 누구보다 잘 살꺼라고 그렇게 수도 없이 외쳐왔는데 막상 가려니 섭섭한건 왜일까. 사제 물건들은 후임들에게 나눠줬고, 장비들을 보급계원에게 반납했고, 인수인계는 부사수에게 완벽하게 한거 같은데 왜 아쉬운걸까. 아마도 짧은 하룻밤 사이 그 많은 기억들을 모두 정리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고 버거웠지 싶다. “동서울 한장이요” 집에 가려고 동기들과 버스를 타려다 뒤를 돌아본다. 그러다 시선이 원통터미널 앞 지훈네국밥에서 멈춘다. 그리고 시공간 속 나 역시 잠깐 멈춘다. 2014년 2월, 어느 추운 겨울 날. 나는 102보충대로 입대를 했는데 때문인지 전방으로 자대배치를 받았다. 훈련소를 마치고 사단본부에서 며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부대 앞 두돈반 육공트럭이 멈추더니 나와 몇명을 향해 손짓을 하곤 태워갔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트럭은 달렸고, 선탑하는 하사는 중간중간 트럭을 탁탁 치며 우리를 향해 잘 따라오고 있냐고, 너희들은 운도 지지리 없다고 비웃었다. 중간중간 주위로 초소들과 철조망이 보였고, 민간인통제구역 사인과 지뢰구역 사인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도착해보니 자대는 건물이 아닌 막사였고, 곧 무너질 듯 허름했으며, 험한 인상의 인사계원은 행정반에서 간단한 인사기록을 끝내자 우리를 중대장실로 보냈다. 들어가서 인사를 드리자 중대장은 즉석에서 우리에게 소대를 배정해줬고, 정신 차릴 새도 없이 우리는 바로 야간근무에 투입됐다. 기본적으로 GOP의 3교대 근무에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꽤나 걸렸던 것 같다. 항상 다른 시간에 일어나야하기에 첫 몇주는 몸이 적응을 못해 꽤나 고생을 했다. 그렇게 한 두달 근무했나. 어느 날 자다 일어나니 이가 부러져 있었다. 사람이 자다 일어나니 이가 부러지기도 하는구나...하고 보급관님께 말씀드리니 행정병을 통해 사단 의무대 검진을 잡으라고 하셨고, 그렇게 나는 첫 외출을 다녀오게 되었다. 물론 선임들로부터 외출간 사올 목록을 잔뜩 건네받긴 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다. 사단 의무대가 좋았던건 근무를 뺄 수 있어서도 있지만 px가 있어 맛있는걸 잔뜩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GOP는 특성상 px가 없어 황금마차를 기다렸어야 했는데 우리는 그 마저도 없어서 다들 힘들어했다. px에 들러 냉동식품과 탄산음료, 과자, 아이스크림을 잔뜩 싸와서 구석진 곳에서 먹는데 다시 생각해도 그때 만큼 간절하고 전투적으로 뭘 먹은 적은 없지 싶다. 부대로 복귀하는 길, 선탑하던 하사는 우리를 빤히 보다가 운전병에게 속닥거리더니 국밥집 앞에 내려줬다. “알아서 먹고 나와라” 계산을 해주고 문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그의 뒷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내 생애 가장 맛있었던 그 국밥도. ”빵“ 경적이 울리더니 덜덜 거리며 버스는 이내 출발했다. 천천히 시야 밖으로 국밥집이 사라져간다. 잠시 긴 꿈을 꾼 것만 같다.

지훈네 국밥

강원 인제군 북면 원통로 175-5 1층

냠쩝챱호록

고생하셨겠습니다… 여기 계란후라도 나오고 야쿠르트가 매력적이죠…

Luscious.K

ㅠㅠ 삼행시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