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물처럼 찾아온 영등포 노포의 밤, 빛바랜 간판 아래 비 가 처마를 두드리고 소주잔 사이로 세월이 젖어 들었다. 네 명의 고교 동창은 비틀거리며 동심으로 돌아가 웃었다. ---- 우리는 거의 십 년 만에 다시 모였다. 유학 이후 각자의 도시로 흩어져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영등포 선비네에 들어서자마자 시끌벅적한 노포 분위기가 우리를 감쌌다. 오래된 나무 테이블과 빛바랜 메뉴판, 사람들 목소리가 뒤엉킨 그 공기가 괜히 반가웠다. 가격도 부담 없어서 자연스럽게 닭볶음탕이랑 계란말이를 시켰다. 닭볶음탕은 국물부터 익숙했다. 매콤한데 어딘가 떡볶이 같은 달큰한 맛이 감돌았다. 자극적이라기보다는 학창 시절 분식집에서 먹던 그 맛에 가까웠다. 감자랑 당면에 양념이 진하게 배어 있어 계속 퍼먹게 된다. 소주는 얼음장처럼 시원했고, 그 달큰매콤한 국물과 묘하게 잘 어울렸다. 계란말이는 특별히 화려하진 않았다. 치즈가 들어가 있거나 속이 가득 찬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두툼하고 촉촉한 기본형. 오히려 그 점이 좋았다.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저녁 반찬 같은 느낌이라 괜히 마음이 풀렸다. 한 녀석은 사업이 잘됐다며 벤틀리를 타고 나타났고, 한 명은 감정평가사, 또 한 명은 대기업 엔지니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떡볶이 맛이 나는 닭볶음탕 국물을 떠먹으며 소주잔을 부딪히다 보니, 결국 우리는 다시 그 시절 별명으로 돌아갔다. 술을 다 비우고는 우리 집으로 자리를 옮겨 이차를 이어갔다. 편의점 맥주를 더 사 들고 거실에 둘러앉아 또 웃었다. 십 년이 흘렀어도, 그날 밤 우리는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
선비네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20길 4
얼리버드 @oldtree06
이런 멋진 곳이...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