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한잔(카페, 서울특별시 종로구 사직동 – 사직공원 부근)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거주이전을 포함한 여타 기본권 행사를 합헌적으로 제한받는 생활을 오랫동안 함께 한 사람들(줄여 말하면 군대 동기) 만나 낮부터 불콰해진 얼굴을 가라앉히려 들른 곳입니다. 전부터 지도 앱에 저장되어 있었는데 이제야 가본다, 라는 반복되는 핑계를 올려보네요. 👍 토지를 주관하는 신인 사(社)와 곡식을 주관하는 신인 직(稷)에게 제사를 올리는 사직단 부근에 위치한 카페답게 그 주인 또한 우직한 농부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라는 표현에는 많은 어폐가 있겠습니다만 이형춘 바리스타가 걸어온 궤적을 반추하면 이것이 마냥 그른 묘사는 또 아님을 알게 됩니다. 오래 전부터 학림다방의 단골이자 연극을 하던 젊은 시절의 이형춘은 사람과 소통하고픈 막연한 꿈에 이끌려 대학로에 <음악다방 샘쿡>을, 2005년에는 종로 계동에 <커피한잔>을 차립니다. 이후 두 번 자리를 옮겨 정착한 곳이 지금의 사직단 자리입니다. 독학으로 커피에 입문,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숯불로 로스팅하는 자신만의 커피를 찾아내었다 합니다. 숯불로 볶으면 원적외선 덕분에 더 강한 열원이 콩 안쪽 부분까지 전달되서 독특한 풍미를 낼 수 있다네요. 다만 열 조절이 어려워서 균질한 맛을 내는 건 아주 어렵다고 하십니다. 이른바 prediction error가 크다고 보면 되려나요. 이른바 계량경제학과 통계학 등의 영역에서 이런 예측오차는 가능한 줄여야 좋지만 커피콩 볶기를 포함한 세상사에는 이 원칙이 곧이 곧대로 적용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조금은 거칠면서도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풍미가 커피에 오롯이 담겨있단 인상입니다. 다양한 산지에서 가져온 커피를 비롯해 늘 커피를 탐구하는 구도자적인 자세마저 엿보입니다. 예술과 자유를 희구했던 젊은 시절부터 이형철이 수집한 각종 그림과 도서, 가구는 이 공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마침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버려진 목재를 가져다 의자를 직접 만든다는 그의 지난 인터뷰 또한 참고할 만하네요. 주인장 연세가 예순은 이미 넘긴 것으로 아는데, 욕심인 건 알지만 부디 건강하셔서 이 공간을 오랫동안 지켜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갱장한 감성과 취향이 묻어나오는 곳은 맞지만 반대로 투박함과 조악함이 넘치는 공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지적에도 충분히 동의하구요. 의자와 탁자가 편한 쪽은 결코 아니며, 내부도 넓지는 않습니다. 화장실도 제법 좁은 편입니다. 카페인 농도는 제법 짙은 편이고 가격은 결코 약하다...고는 못하겠네요. * 삭스타즈, 오디토리움 등 커피한잔 관련 인터뷰 기사를 다수 참조했습니다. * 사직단 자체는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 7곳 가량 있다 하며, 강원도에는 삼척이 유일하다네요. * 가게 인스타(@sajikcoffeehanjan)도 있는데 2022년 7월 2일 뒤부터는 새 게시물이 없습니다.
커피 한잔
서울 종로구 사직로9길 16-1 1층
석슐랭 @kims8292
와 엄청난 Information들을 참고하시어 엄청난 Data 리뷰를 작성하셨군요. 제가 향유했던 공간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게되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