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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e_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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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플로라 라스트 사무라이 안국역 근처, 주변 인사동보다는 덜하지만 이미 계획적인 관광지화가 된 곳 중 하나이다. 예전 노포들이 곳곳에는 남아 있지만, 뭔가 발길이 쉽게 가지는 않는 곳이랄까. 가족들의 추천으로, 그곳에서 오래도록 영업한 한 양식당에 방문하게 되었다. 한옥을 개조한 식당을 열고 들어가니 기능장과 명장 뿐만 아니라 수많은 상장들이 보인다. 물론 정형화되어있고 현업의 트렌드와 멀어졌다는 비판도 맞지만, 기능장과 명장을 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어느 정도의 리스펙을 보내게 된다. ##피자 다양한 종류의 피자가 있는데, 꽃피자(라구소스, 루꼴라, 식용 꽃으로 토핑된 메뉴이다)와 마르게리따를 주문했다. 피자는 전체적으로 엄청 옛날 스타일이다. 보통 화덕 피자라면 얇은 가운데 도우와 고온에 강하게 익은 림이 매력적인 나폴리 피자를 생각하는데, 이곳의 피자는 두께도 균질하고, 치즈도 전체적으로 싸인 것이 마치 빕스 피자를 연상시키는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기대 없이 먹으니… 생각보다 맛이 있다! 간도 잘 맞고, 올라간 토핑도 먹기 편하게 가공된 형태였지만 원재료의 향을 잃지 않았다. 도우는 비록 나폴리 피자처럼 고온에 익힌 매력은 없지만 나름대로 밀가루의 매력을 잘 살렸다. 다만 금방 식게 되며, 식으면 재료가 서로 엉켜 급격하게 맛이 떨어지니 빨리 먹는 것을 추천한다. ##샐러드 살짝 겉면만 익혀 부드러운 관자와 강불에 볶은 버섯에 발사믹/올리브유 드레싱. 가격에 비해 관자가 적은 면은 있지만 흠잡을 곳은 거의 없다. ##스테이크 립아이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흔한 싸구려 양식집들과는 다르게 3cm정도의 제대로 된 두께를 갖추어 나온다. 고기가 부드럽진 않지만, 익힘이 아주 좋다. 팬프라잉 특유의 갈색 전이대도 거의 없이 완벽한 미디움. 근 400g은 되어 보이는 양도 가격 대비 만족스럽다. 다만 마이야르 크러스트가 거의 없고, 고기의 풍미가 어딘가 부족하다. 분명 점점 사장되어가는 스타일이고, 2000년대 초반을 연상시키는 어딘가 부족한 양식당인것은 부정할 수 없다. 허나 올드한 조리법이어도 적절한 간과 숙련된 조리법이 겹치니 나쁘지 않은 식당이다. 1990년대 이후 해외 여행이 자유화된 이래, 어렴풋이 배워 오던 해외 식문화가 아닌 직접 현지에서 배우고 온 젊은 셰프들이 훨씬 정석적이고 훨씬 맛있는 스타일을 소개하며 한국의 식문화를 발전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여행도 함부로 나갈 수 없던 시절, 그래도 해외 식당이라며 식문화의 다양성을 추구해온 이들의 노고도 무시할 수는 없진 않을까. 맛있는 식당이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 모르게 존경심을 보내게 된다. P.S 한국 요식업의 어쩔 수 없는 특징인데, 한놈만 걸려라 수준의 와인 가격은 명장이고 나발이고 술을 시킬 수가 없게 한다. 좀 짜증나는 부분이니 감안하길. 재방문의사: 3.5/5

플로라

서울 종로구 율곡로3길 74-6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