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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세번 이상 방문한 곳만 리뷰를 남기겠다는 다짐은 여러 이유에서 출발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 ‘잘 알지도 못하면서’ 처럼,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함부로 추천과 평가를 내리기에는 어쩐지 자신이 없었고 또 어쩐지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나도 업무에 임할 때에 컨디션, 기분, 상황에 따라 업무 퀄리티가 달라질 때가 분명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잘 압니다 ㅜㅜ)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 역시도 그날의 날씨, 재료 상태, 가게 내부 사정에 따라 편차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수많은 경험적 사례로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주로 첫방문에 인상이 좋았다가 두번 세번 방문시에는 점점 단점이 보이고 실망하게 되는 부정적인 패턴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식이라는 것은 미각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기분, 서버분의 태도, 동행인과의 대화 등에서도 꽤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혼자서도 가보고, 둘이서도 가보고, 여럿이서도 가보면서 주인장 혹은 서버분들의 애티튜드는 어떤지, 맛은 여전히 맛있는지를 체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즉 음식이든 사람이든 무엇이든 함부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음식을 만들어 내는 사람, 음식을 파는 사람, 그리고 그 음식을 먹는 사람 등 다양한 변수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맛이 유지되는지 맛의 편차가 크지는 않는지를 보게 되면서 리뷰를 매우 띄엄띄엄 남기게 되었습니다 . 서론이 매우 길었습니다만, 결론은 뽈레에 업데이트를 자주 못함에 대한 변명입니다 ㅎㅎ 한동안 아주 맛있는 샌드위치가 절실했습니다. 하지만 내노라 하는 유명 샌드위치 가게나 브런치 전문점을 가봐도 어쩐지 가격과 맛 모두 ‘오버하지 마’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샌드위치는 간편하게 재료를 빵 안에 우겨넣고 한입씩 크게 베어물면서 먹는 단순미, 하지만 인스턴트와 달리 몸에 해롭지 않고 오히려 신선한 재료들 덕분에 리프레쉬가 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음식 아니던가요.. 온갖 진귀한 재료를 구해다 넣고, 공들여 탑을 쌓는, 동시에 가격도 천정부지로 솟는 샌드위치는 제가 생각하는 샌드위치가 아니었습니다.. 정동길 르풀’ 의 아보카도 샌드위치는 안에 든 재료가 별거 없습니다. 잘 익은 아보카도, 토마토, 곁다리 양상추 정도? 그런데 그 단순한 재료들의 맛의 조화가 담백하고 소박하면서 참 좋습니다. 빵 역시도 씹을수록 고소하구요. 메인 재료인 아보카도는 사시사철 어쩜 그리 좋은 상태인지, 너무 덜 익지도 너무 후숙되지도 않고 늘 딱 좋아서 공급처 혹은 보관 방법을 따로 묻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재료의 상태도 좋고 맛의 밸런스가 참 좋아서 제가 참 좋아하는 샌드위치 가게입니다. 주변인들 말로는 따뜻한 파니니도 라쟈냐도 참 맛있다고 하는데 어쩐지... 전 늘 아보카도 샌드위치만 찾게 됩니다 :)

르풀

서울 중구 정동길 33 신아일보 1층

전마

정말 오랜시간동안 정성들여 쓰신게 느껴지는 포스팅입니다.

김미

글이 너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