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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장님이 연 신규 업장임에도 완성도가 아주 아주 높은 온면집. 그렇다고 분위기가 부담스럽거나 날카로운 쪽은 아니고, 오히려 접객은 친절하고 세심한 편입니다. 과하게 나서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설명은 적절하게 해주는 스타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 아주 널리 알려진 집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입맛 까다로운 분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광양면옥은 광화문 르메이에르 지하 2층에 있는데, 매장 위치가 썩 눈에 잘 띄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밖에서 보이는 인테리어의 인상은 꽤 좋습니다. 화려하게 꾸민 느낌보다는 편안하고 정돈된 공간이라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괜히 꾸민 집이 아니라, 관리가 잘 된 집이라는 인상이 남습니다. 메뉴 구성을 보면 더 눈에 들어옵니다. 날이 풀려가는 시기인데도 냉면이 아니라 온면 단일 메뉴로 갑니다. 가격은 1만 5천 원. 선뜻 가볍다고 하기 어려운 가격이지만, 먹고 나면 왜 이렇게 책정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단일 메뉴임에도 메뉴판은 꽤 정성 들여 만든 느낌입니다. 설명과 사진이 적절하게 들어가 있고, 그냥 보기 좋게 만든 메뉴판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생각을 전달하려는 의도가 보여 인상적이었습니다. 매장은 바 형태의 자리와 2인석 테이블 몇 개 정도로 크지 않은 편입니다. 가운데 차양막도 처음엔 왜 있나 싶었는데, 혼밥 손님이 앉았을 때 맞은편 시선이 덜 신경 쓰이게 해주는 역할을 하더군요. 사소하지만 이런 디테일이 꽤 좋았습니다. 앉으면 먼저 매실절임이 나옵니다. 일본식 우메보시와는 다르고, 청량한 신맛에 매실의 단맛이 가볍게 따라옵니다. 전채로 무척 깔끔하고, 입맛을 열어주는 역할을 잘합니다. 전통적인 형태를 그대로 재현했다기보다는 요즘 방식으로 정리한 매실절임에 가깝습니다. 김치도 좋았습니다. 서울에서 남도 음식을 표방하는 집들을 가다 보면 김치가 지나치게 옛날 스타일에 머무는 경우가 있는데, 이 집은 조금 더 지금의 전남 쪽 감각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갓김치와 깍두기 모두 단맛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화사하고 산뜻합니다. 목포권처럼 진하고 농후한 쪽이라기보다, 여수·순천 쪽의 조금 더 시원하고 밝은 쪽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라남도가 면 문화로 아주 강한 지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더 이 집이 왜 굳이 광양의 이름을 걸고 면옥을 열었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직접적인 전통의 재현이라기보다는, 광양의 재료와 감각을 바탕으로 새로운 국수 한 그릇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읽혔습니다. 이런 시도는 요즘 국수집들 사이에서도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선언할 정도로 말하면 조금 과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익숙한 국수를 지금 방식으로 다시 풀어보려는 의도는 꽤 선명했습니다. 비주얼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국수 위에 올라간 오믈렛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한국적인 이름이나 형태로 풀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막상 먹어보면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는 이해가 됩니다. 사장님이 오믈렛을 4등분으로 잘라 국물을 3~4스푼 올려 먹으라고 설명해주시는데, 그대로 먹어보면 확실히 좋습니다. 가르면 안쪽에 촉촉한 반숙 계란과 다진 불고기, 채소가 들어 있습니다. 부드럽게 풀리다가도 불고기의 감칠맛과 육향이 뒤에서 받쳐줘서 꽤 인상적인 한입이 됩니다. 자극적이라기보다는 밀도 있게 맛이 이어지는 느낌입니다. 이제 국수를 먹어보면, 면은 라멘의 세면과 한국 소면 사이 어딘가에 있습니다. 라멘처럼 가늘지만 조금 더 부드럽고, 삶은 면의 질감이 살아 있습니다. 과하게 꼬들하지도, 퍼진 느낌도 아니고 맑은 육수와 잘 붙는 쪽입니다. 육수는 첫맛이 깔끔한 닭육수 쪽으로 들어오는데, 뒤로 갈수록 감칠맛의 여운이 은근하게 남습니다. 무엇이 더 들어갔는지 정확히 짚기는 어렵지만, 단순히 맑고 담백하다고만 하기에는 조금 더 복합적인 맛이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건 그 감칠맛이 앞에서 과하게 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용하게 따라오면서 목넘김 뒤에 여운을 남기는 방식이라, 면과 같이 먹었을 때 전체 균형이 잘 잡혀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집은 과시하는 방식의 맛집은 아닙니다. 자극이 강하거나 화려한 맛을 내세우는 집도 아니고, 오히려 절제된 방향으로 잘 다듬은 집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더 좋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광양면옥이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조금 더 남도의 색이 분명하게 올라와도 좋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광양 불고기의 간장맛과 불향, 매실과 배를 활용한 시원한 단맛의 결은 읽히는데, 정작 불고기 꾸미의 존재감은 의외로 절제되어 있습니다. 파의 비중이 조금 큰 편이고, 불고기 풍미도 생각보다는 앞에 서지 않습니다. 물론 여기서 불고기 맛이 더 세게 올라오면 오히려 국물의 맑은 결을 해칠 수 있어서, 의도적으로 이 정도 선에서 멈춘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은 아쉬움이라기보다 취향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이 집은 완성도가 높은 신상 업장입니다. 지나치게 과장해서 말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히 한 번쯤 가볼 만한 이유가 있는 집입니다. 특히 광화문 인근에서 점심을 조금 늦게 먹을 수 있는 분들이라면 더 괜찮게 느낄 것 같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 담백한 맛을 가진 집이니, 강한 자극이나 직관적인 화려함을 기대하고 가는 분들은 그 점을 감안하면 좋겠습니다.

광양면옥

서울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지하2층

Luscious.K

이토록 정성스런 리뷰면 꼭 가봐야겠어요 ㅎ

망고무화과

글로 한그릇을 꼭꼭 씹어 맛있게 먹은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