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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in B

추천해요

4년

“코우지로 가는 길” #스시카이세이 ‘스시코우지’의 세컨 브랜드 ‘스시시오’가 체급을 올려 ‘스시카이세이’로 다시 태어났다. 스시코우지의 또다른 브랜드인 ‘스시소라’의 광화문점을 성공적으로 이끈 전상윤 셰프님이 이 곳의 헤드셰프를 맡았다. #스시야 신라호텔의 ‘아리아케’와 웨스틴호텔의 ‘스시조’가 국내에 스시야와 오마카세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뒤 이 두 호텔 출신의 셰프들이 강남 일대에 잇따라 스시야를 열면서 바야흐로 “하이엔드급” 스시야의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한 끼에 20만원에 육박하는 하이엔드급 스시야는 스시에 대한 대중들의 높아지는 관심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하이엔드급 스시야들과 그 곳 출신의 젊은 셰프들이 진입장벽을 확 낮춘 “미들급” 스시야들을 열기 시작하면서 스시의 대중화가 가속화되었다. 이후 “라이트급”, “라이트헤비급” 등 격투기 판을 연상케하는 체급 다변화가 이루어졌다. 도쿄에서 스시를 배운 코우지셰프는 63빌딩의 ‘슈치쿠’를 거쳐 2014년 본인의 이름을 건 스시야를 냈는데, 그 때부터 이미 여러 체급의 스시야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스시를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스시시오’와 ‘스시소라’라는 미들급 세컨 브랜드들을 런칭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시소라의 지점 확대를 통해 대중에게 더 다가가는 한편 스시시오는 하이엔드급에 가까운 스시카이세이로 변경해 노선을 이분화하는 모양새다. #츠마미만 한시간 대관에 준하는 인원이 한번에 방문하다 보니 전상윤셰프님이 혼자서 쥐어주시느라 고생을 많이하셨는데, 많은 인원으로 요리 간 텀이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츠마미 라인업을 소화하는데만 한 시간이 걸린 것은 적잖이 충격이었다. 우엉스프 - 광어 사시미 - 스이모노(맑은국) - 새끼참치 사시미 - 안키모(아귀간) - 가리비 - 새우머리튀김 - 우니 보탄에비 - 사바 이소베마끼 - 전복술찜과 문어찜 순으로 나왔는데 코스도 알찬데다 먹는 시간도 길어 스시가 나오기 전에 이미 배가 적잖이 차올랐다. #새끼참치 츠마미 라인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새끼참치와 우니 보탄에비다. 크면서 육향과 풍미가 더해지는 육고기와 마찬가지로, 참치도 클수록 풍미가 오르고 부위를 세세하게 즐길 수 있어 일반적으로 더 선호된다. 다만 새끼참치의 경우 식감이 더 부드럽고, 그 위에 셰프가 맛을 덧그릴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다. 이 곳에서는 아부리를 통해 기름의 풍미를 올렸고 쯔케를 했는지 수분감을 잔뜩 머금도록 했는데 입안에서 사르르 녹은 뒤 퍼져나오는 감칠맛이 깊은 여운을 남겼다. #호지소 보탄에비는 귀한 식재료인만큼 힘을 많이 줘서 서브되는데, 꽃 모양 사기그릇에 통통한 새우와 우니를 함께 넣고 그 위에 호지소를 흩뿌렸다. 호지소는 시소(차조기)의 꽃인데 시소잎과 거의 같은 향을 가졌지만 향긋한 꽃향을 머금고 있다. 짙은 향을 가진 세 가지 식재료가 입안에서 빅뱅을 만든다. #스시 기나긴 츠마미가 끝나고 주도로(참치 중뱃살)를 시작으로 또다른 대장정이 펼쳐진다. “스시의 생명은 생선이 아닌 밥에 있다.”, “네타와 샤리는 입안에서 순식간에 같이 사라져야 한다.”와 같은 코우지셰프의 철학들이 이 곳 스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전상윤 셰프님의 캐릭터처럼 묵묵하고 우직한 느낌을 준다. 특히 알알이 살아 숨쉬는 샤리가 정말 인상적이었다. 최근에 간을 좀 더 강하게 하는 쪽으로 수정을 했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딱 좋았고, 특히 단새우나 아나고 같은 단맛이 있는 네타와의 조합이 끝내줬다. 인상 깊었던 피스를 꼽자면 주도로. 세도로인가 헷갈릴 정도로 마블링이 적어 보였는데 찰나의 순간 사라지는 부드러운 식감과 지나치지 않은 기름기가 예술이었다. 첫 사랑처럼 아련한, 쉽게 잊혀지지 않는 첫 피스. 뱃살만 사용해서 기름맛이 톡 하고 터지던 방어와 한치와 생선의 중간에 있는 듯한 식감을 가진 학꽁치도 인상깊었다. 아쉬움이라면 흰살 생선에서 와사비의 매운맛이 좀 튀어나오는 느낌을 받은 부분과, 첫 피스 이후로는 강렬한 한방이 없는 부분이었다. 하이엔드급이다보니 그만큼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기대치를 어느정도 충족할만큼의 작은 놀라움들은 있었지만 강렬하게 이 곳으로 이끄는 큰 놀라움은 없었던 것 같다. #다테마끼 다테마끼는 달걀에 다진 생선을 섞어 롤케이크처럼 두껍게 말아부친 요리다. 이 곳의 다테마끼는 자색 고구마를 넣어 연보라 빛깔을 띄는데, 촉촉히 젖은 식감과 담담한 맛이 인상적이다. 이제 밖으로 나서려는 내 옷깃을 무심하게 잡아당기는 느낌. #코우지로가는길 배터지도록 먹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하지만 그 끝은 뭔가 완결된 느낌은 아니었다. 이제 성의 제일 꼭대기에 올라 마지막 퀘스트를 수행해야 한다는 마음이 드는 식사였달까. instagram: colin_beak

스시 카이세이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04 퍼스트빌딩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