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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이 곳에서만, 일본풍 칼국수” #신숙 서초역 뒷편에는 꽤 오래동안 장사 중인 칼국수집이 하나 있다. 일본어로 도쿄의 신주쿠를 뜻하는 옥호는 ‘신숙’. 하얀 도화지에 붓으로 써내려간 듯한 외관이 멋스러운데, 그 분위기는 실내까지 이어진다. 정결한 분위기에 감탄 중이던 내 앞에 놓여진 결명자차와 데워진 물수건. 칼국수집에서 식전에 데워진 물수건이라니, 왠지 황송한 기분이다. #일본 남자, 여수 여자 남자 사장님은 일본에서, 그의 아내인 여자 사장님은 여수에서 오셨다. 그래서 칼국수에는 한국과 일본의 맛이 섞여있고 배추김치와 함께 갓김치가 상에 오른다. 완전히 익지도, 그렇다고 설익지도 않은 어찌보면 어중간한 상태의 김치인데 우적우적 씹히는 식감과 알싸한 끝맛이 이 곳의 깔끔한 칼국수와 참 잘 어울린다. #오직 이 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칼국수 칼국수가 상에 오르자마자 확 풍기는 해물향에 설렌다. 제법 묵직해 보이는 국물에 녹색을 띠는 면발, 그 위에 정갈한 고명들. 낯선 비주얼이다. 맛은 더 오묘하다. 일반적인 제물칼국수처럼 전분이 풀려 국물이 걸쭉한데, 멸치와 함께 강하게 느껴지는 가쯔오부시 향 때문에 일본 음식의 느낌이 난다. 국물을 보면 면발은 약간 풀어져있을 것 같은데 꼭 건진국수처럼 단단한 식감이 있고, 해초를 넣고 만든 면이라 해산물 베이스의 육수와 잘 어우러진다. 잘게 다진 고기와 채썬 애호박이 올라간 고명은 안동국시의 느낌인데 표고버섯이 들어가 개성을 더한다. 한 그릇에 일본과 한국의 여러 맛이 섞여있는 듯 하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된 느낌이다. 기존 칼국수의 카테고리 중 어디에도 넣기 애매한, 이 집만의 것이어서 좋았다. instagram: colin_beak

신숙

서울 서초구 법원로3길 21 이정빌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