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계란말이의 포스, 광화문집. 대략 20년 전부터 다녔던 김치찌개 노포입니다. 허름한 간판에서부터 드러나는 노포 특유의 ‘낡음’이 묘한 압박감을 줍니다. 시큼한 김치찌개입니다. 처음 회사 선배를 따라 방문했을 땐, 왜 여기가 맛집이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네요. 눈도 제대로 못 뜰 정도로 신 김치에, 물만 넣고 끓인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렇게 5년쯤 따라다니다 보니 슬슬 이 집 김치찌개의 깊이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10년쯤 지나서는 후배들을 데리고(억지로 끌고?) 다니게 됐습니다. 이 집 김치찌개를 시킬 땐 (메뉴엔 없지만) 꼭 ‘고기 추가’를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끓이고 또 끓이다 보면 마지막에 드러나는 국물의 색부터 달라집니다. 아주 진진~합니다. 광화문집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계란말이(6000원)라고 생각합니다. 적당한 기름맛, 적당한 파의 양, 적당한 간간함, 적당한 부드러움이 입맛을 확 살려줍니다. 계란말이를 만드시는 할머니 뒤에서 (계산을 기다리며) 지켜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무심하게 ‘드르륵’ 말아내시네요. 모양이 예쁘지도, 정성을 들인 것 같지도 않은 이 계란말이는, 오히려 그 무심함 덕에 노포의 포스를 완성합니다. 같이 간 후배들이 “맛있어요”를 연발합니다. “너희도 나이 들어서 그래”라고 해줬습니다. 매번 현금을 요구하시는 사장님 덕분에 인근 ‘짤라집’을 더 자주 가게 됐네요. 그럼에도... 뽈래 리뷰를 이유로 간만에 방문한 광화문집의 포스는 여전했습니다.
광화문집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5길 12
미오 @rumee
앜….. 올려주셨군요!!!! 저 공감 백만프로 입니다!!! 첨엔 갸웃 천지인, 이 시큼한 맛을 다시 찾게되는 나이가 되었다면 광화문에 너무 오래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비슷한 집으로는 휴업한 (오뎅만 잔뜩 들어간) 인사동 ‘간판없는 김치찌개집’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연식 드러나는 TMI라니… 호다닥)
비교적온순 @dulana
@rumee 미오님 댓글을 읽고, 리뷰를 통해 저도 연식을 드러냈다는 걸 깨달았... 간만에 갔더니 정말 여전하더라고요. :)
권오찬 @moya95
간판없는 김치찌개집은 김찌와 오뎅 사리라는 신세계를 알려준 집인데, 아쉽게도.. 광화문집은 그래도 최근 카드 결제 잘 해주시더니 다시 현금 유도를 하시나봅니다. ㅋ 고기 추가 메뉴는 단골들만 아는 킥이지요.
비교적온순 @dulana
@moya95 선배들이 매 번 고기 추가를 하셔서 그냥 따라 주문하면서도 ‘왜 메뉴에 고기 추가가 없을까?’ 생각했어요. 이번에 고기 추가하니 1만2000원 받으시더라고요.